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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Reilu_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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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3. 22:10 화산귀환

* 제목만 저렇고 그냥 잡썰 모음임

* 청명아 행복해라....

 

 

 

 

1. 천선(天仙)이었고 천선이 된 청명이

 

 꺼무위키 말로는 선인의 등급이 천선-지선-시해선이라고 함..... 사실 천마(魔)도 있는데 천선(仙)이 없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얻어걸린거임 ㅇㅅㅇ. 뭐 죽은 뒤 자신의 시체를 지우면 가장 낮은 등급인 시해선이 되고(산 속에서 죽어서 시체 못찾는 경우를 말하는 듯) 살아서 하늘에 오르면 천선, 단약 먹고 선인이 되면 지선이라는데 그냥 천선인 청명이가 보고 싶다구요

 

 여기서 말하는 천선은 저기 저 시해선 뭐시기 그게 아니라.... 진짜 천마의 대적자인 천선. 이게 또 선인의 변천사가 그거라매요. 처음에는 진짜 신이었는데 종교인 도교로 변화해가면서 불교마냥 누구나 부처 아니 선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이 수양을 쌓아 오를 수 있는 경지라고..... 그래서 여기서 냠냠하고 싶은 썰이 뭐냐면...... 100년 전 구화산과 100년 후 현화산의 절대적인 차이가 '원래 선인이냐' 와 '선인이 되기 위해 수행하는 인간이냐' 라는 이야기

 

 100년 전 구화산은 깨달음을 얻어 선계에 오른 선인들과 원래부터 하늘에 살던 선인들의 문파였음. 그 중에 가장 어린 나이에 등선한게 바로 청명이였고. 완전히 선인이 된 사람들이 있는 화산 본문과 그 아래 수양을 쌓고 같은 곳에 올라가고자 하는 인간들의 수련원이 따로 있었는데 청명이는 처음부터 본문 앞에 버려져 있었음. 화산 정상, 본문은 선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자들은 오를 수가 없는 곳이었고, 그 앞에 버려졌다는 것은 청명이를 데려온 자와 청명이 둘 다 선인이라는 뜻이라 화산의 선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받아줌. 이리 어린 나이에 신선이 되었다는건 특별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고, 화산 선인들은 그 어렵고도 고난만이 가득한 길이자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천선'임을 알았음. 청명이 본인도 자신이 타고난 길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성격이 그렇게 삐딱하면서도 수련을 멈추지 않음. 그야 당연하지...... 나자마자 '곧 세상을 집어삼킬 엄청나게 강한 천마가 오는데 너는 그걸 막을 운명을 타고났단다' 하면서 예정된 전쟁과 죽음을 들이미는데 성격이 좋을 리가 있나..... 진짜로 그냥 거기서 인간들 말하는 신선놀음(진짜 신선이지만) 하면서 천상이니 속세니 와리가리 하는게 낙인 청명이인데.....

 

 왜 무당이랑 비무할 떄 청명이가 그랬잖음. 지금 남은 도가 문파 중 제일 역사 깊은게 화산이라고. 100년이 지난 지금은 화산 자체가 세가 약해지고 마교전쟁 이후 화산을 따르던, 아직 등선하지 못한 후인들이 잡고 버틴 경우라 '선인들의 문파 화산'은 맥이 끊기고 '선인이 되기 위해 수양을 쌓는 인간들의 문파 화산'만이 남아버림. 정마전쟁 때 화산이 그렇게 뒷일 생각 안하고 냅다 들이박은 것도 천마와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청명이와 그런 청명이를 혼자 싸우게 두지 않을, 이미 등선한 자들이라 의를 위해 몸 던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자들만 있어서 그랬다는 이야기.... 인데.....

 

 전쟁 후 본문에 살던 선인들은 회복을 위해 화산을 벗어나 더 높은 곳, 천상으로 올라가버렸고 그렇게 본문은 텅텅 비어버림. 그 아래에서 화산을 바라보며 수양을 쌓던 인간들의 수련원만이 유일한 화산파로 남아버리고, 진짜 선인들이 비호하던 곳에 선인들이 사라져버리니 문파는 인간들의 위선과 해악에 휩쓸려 점차 망해감. 그 와중에 제일 먼저 회복... 이라기 보단 제대로 회복하기도 전에 화산 본문에 내려온 청명이. 본문이야 선인들의 공간, 선계에 걸쳐진 곳이라 마교놈들은 못쳐들어오니 멀쩡한데 어쩐지 그 아래에서 느껴져야 할 수련원 사람들의 기운이 너무 미약함. 급하게 수련원까지 내려와보니 거긴 아주 가관임. 문파 다 무너져가고 사람은 확 줄어든데다가 검문이고 도문이고 아무것도 남은게 없음. 그래도 예전에는 애들이 선기가 흘러서 장로급, 어쩌다 큰 깨달음을 얻으면 일대제자 정도만 되어도 다 등선하고 올라왔는데 본문이 비어 있다 = 전쟁 후 등선한 애들 없다...... 

 

 청명이는 선인치고는 속세의 이치를 잘 알았음. 그야 수련원 인간애들 이쁘다고(어릴 때 내려가면 당과 하나씩 얻어먹었은 정이 많음) 제일 자주 내려갔던게 청명이고, 천마의 대적자로서 전쟁을 대비해야 하니 그런 것도 없잖아 있었음. 이후 청명이는 사태 파악 후 자신이 선인인걸 숨기고 인간인 척 입문하기로 함. 당연했음. 자기가 사실 100년 전 천마의 대적자였던 천선 청명이라는걸 밝히면 다른 문파에서 그럴리 없다고 압박할거고, 화산이 세를 다시 찾기 전에 다른 문파들이 견제할 것이 뻔했음. 말이 견제지 어느날 갑자기 쳐들어와서 불지르고 갈 수도 있었음. 거기다가 청명이 본인도 회복이 끝나기 전 화산 확인하러 온다고 억지로 내려온거라 겨우 몸체 유지할 정도의 힘만 남아있었음. 이 와중에 다른 문파랑 전쟁한다? 아주 화산 망하는 지름길임

 

 그렇게 인간인 척 화산에 내려온 천선 청명이의 고군분투 화산 부흥기...... 그러나 문득 자신이 이렇게 성급하게 내려온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음을 눈치채고, 천선으로서의 본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데......

 

 

 

 

2. 장로님들;; 애 버릇 나빠지니까 그런거 주지 말라구요;;;

 

 청명이... 과장 좀 보태서 매화단 정도는 숙취 해소용으로 썼다고 했지...... 사실 아아주 어릴 떄, 한 3살 쯤 청명이 크게 앓는거 보고 장로들이 어찌해야할지 몰라서 급하게 영단 작게 쪼개서 하나 넣어주고 그럼. 애니까 제일 약한걸로, 작게. 그 뒤로 청명이 엣츄 하면서 코 훌쩍이기만 해도 트라우마 생겨서 아예 청명이용으로 잘게 쪼갠 영약 한통씩 준비해둠

 

 이후 입문한 청문. 지금 대문파라는 소림도 혜연쯤 되어야 겨우 한알 얻어먹었다는데, 과거 화산이 대문파긴 해도 소림급은 아니었....지? 대충 그 바로 아래서 무당이랑 아둥바둥 했ㅈ...ㅣ? 암튼, 속세에서 들은게 있는 청문. 어느날 청명이가 장로님들한테 하나 받아먹는게.... 작기는 해도 영단인걸 알고는 눈 휘둥그레졌을듯. 장로님들은 어느날부터 아예 청명이한테 하루 2알씩 뭔 영양제 먹이듯 영단 먹이는데, 청명이는 아플 때 먹으면 낫는건 알아도 평소에는 쓰다고 싫어함. 으에엥 장무닌 그거 써서 시러여;; 하면 뒤에서 장로 하나가 붙잡고 달래가면서 이거 미리미리 먹어둬야 안아프다고 입에 쏙 넣어주고, 청명이는 쓰다고 에페펫 뱉으려는데 이미 녹아서 삼킨 상태고..... 이 때 사탕 하나 쥐여줘야 안삐짐...

 

 청문은 황당할듯. 영단을 저 어린 애한테 나눠주는 것도 황당하고, 그걸 또 쓰다는 이유로 뱉으려고 하는 아이도 황당하고...... 청문이 청명이 업어 키우기 시작하면서 청명이에게 영단 먹이는 것도 청문 소관이 됐는데, 그래도 영단 귀하다고 매일 장로들이 남은 영단 개수 확인하러 옴. 혹시(그럴 일은 없겠지만) 청문이 몰래 하나씩 빼먹나 싶어서. 청문은..... 아깝긴 하지만! 어린 사제의 물건이라 생각하고! 꾸역꾸역 청명이한테 먹임. 청명이, 그렇게 귀한거면 사형이 먹으라고 애교부리면서 청문 찔러보다가 장로한테 걸려서 으에엥 하고 또 끌려감....

 

 청명이는.... 그 영단 매일 먹는게 자기밖에 없음 =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럼 << 이런 결론을 내고 장문인한테 가서 나 이제 다 컸어요 안먹어도 돼요! 하고 배 으쓱하는데 어림도 없지 다음날부터 청명이 당과 속에 몰래 하나씩 넣어둠. 청명이 아무것도 모르고 먹다가 함정 걸리고 오늘도 미어캣은 속았습니다 됨.....

 

 뭐.... 그렇게 어릴 떄부터 영약 먹인 아이는 훗날 검존이 되고 마는데(

 

 

 

 

3. 모두가 보는 앞에서 등선하는 청명이

 

 다시 터진 마교 전쟁에서 사망자가 나오면 약소하게라도 꼭 장례를 치러주는 청명이. 전생에도 있던 습관이었는데, 어릴 때 정 주고 키웠던(?) 작은 새가 죽었을 때 청문의 가르침에 따른 것임. 아무리 큰 전투를 치르고 난 직후라도 여유가 생기면 물 한그릇이라도 떠다가 장례 치르는 모습이 어색해서 하루는 사숙사형들이 물어봄. 네가 그럴 줄은 몰랐다고. 장례에 무슨 의미가 있는거냐고

 

 청명은 대답함. 장례는 죽은 사람들을 위한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거라고. 산 자들이, 죽은 자들이 떠나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실 청명이는 자기가 죽어버려서 사형제들 장례를 치러주지 못했다는 미련이 있었음. 동시에 자신의 손으로 사형제들 장례를 다 치러야 하는 것도 슬프고. 아무튼 마교와의 최종전에서 천마의 목을 베고, 이번에는 모두를 지켜냈다며 웃으면서 쓰러짐. 소소부터 시작해서 절대 만만찮은 부상을 입은 화산의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나 이미 청명이는 싸늘하게,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뜨지 않음

 

 청명이의 장례는...... 마교와의 전쟁이 다 정리되고 나서도 100일이 지나서야 치러짐. 전쟁 직후에는 처리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한구석에 미뤄두고 있었고, 끝나고 어느정도 안정되고 나서도 청명이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다른 일이 더 급하다는 식으로 장례를 막았음. 하지만 화산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화내지 않고 기다려줌. 자신들도 청명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너무나 힘이 들었고, 그들도 분명 같은 심정일테니까. 결국 이건 누군가가 해결해줄 수 있는것이 아닌 시간의 문제였음. 그리고 결국 1년이 지나 청명이의 기일이 다가오고 나서야 사람들은 청명이의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함. 결국 받아들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1년동안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 제사 한 번 빼먹는거임 = 청명이가 선계에서 술상 안차렸다고 날뛰는 모습이 선해서....

 

 그렇게 결국 1년간 묵혀둔, 아무리 받아들였다곤 하지만 어디 사라지진 않는 슬픔을 죄다 담아내서 원 없이 울고 장례를 치른 화산.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진탕 술마시고 다들 곯아떨어져 있는데....

 

 문득 머리맡에서 인기척을 느낀 백천. 처음에는 다른 사제가 깼나 싶은데 왜인지 귓가에서 너무나 익숙한, 그러나 들려서는 안될 목소리같은게 느껴짐. 말 그대로 '느껴진'거임. 들린게 아니라. 근데 이게 목소리가 꼭..... 빙궁에서 '사수우우욱! 사숙! 빨리 와서 이것 좀 뽑아봐! 쳐 자빠져있지 말고!!' 하고 외치던 것과 비슷한...... 게슴츠레 눈을 뜨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난만한 얼굴로 동룡이 자는거 구경하던 청명이 발견

 

 청명아!!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난 백천과 그 목소리에 반응해 '청명이? 어디?' 하고 벌떡벌떡 일어나는 사형제들..... 의 눈에 보이는 청명이. 사실 명확하게 보이는건 아님. 청명이 매화검존이라는게 이미 밝혀졌고, 그래서 수의 대신 장로들이 입는 백색 장포 입혀서 관에 넣어놨는데 그 장포를 입은 채 화산에 처음 내려왔던 15살 모습을 하고 있었음. 다만 꾀죄죄했던 그때와 달리 티 한점 없이 깨끗한 모습임. 그리고 그 청명이는...... 말을 하지 않았음

 

 다만 처음 동룡이를 놀라게 했던 천진난만한 표정 그대로 화산을 빙 둘러봄. 옥천원에 들어갔다가, 낙안봉에 올랐다가 순식간에 내려오고, 조사전에 갔다가 식당에 갔다가...... 그걸 보던 백천, 갑자기 검을 뽑더니 외침. 도열! 화산의 제자들은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재빠르게 도열함. 발검! 그렇게 시작된, 육합검부터 매화검법까지 이어지며 해가 뜨지 않은 화산이 검기로 빛나는 매화로 가득해짐. 청명이는.... 살아 있을 때처럼 수련장 단상 위에서 있었지만, 살아 있을 때와 다르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함. 그리고 납검. 백천은 뒤를 돌아 청명이를 바라보며 말함. 이제 만족했느냐, 이 망할 사질 놈아. 청명이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방긋 웃기만 함. 그리고는 마치 답례를 하듯, 청명이의 관 안에 같이 있었을 암매검을 뽑아 자신의 검을 보여줌. 그 누구보다 선명하고 화사하게 피어난 매화를 갈무리하고 난 이후, 청명이는 천천히 걸어서 어디론가 향함. 사형제들도, 그 뒤를 홀린 듯 따랐고

 

 여전히 말이 없는 청명이. 하지만 이제야 만족한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화산의 사람들에게 씨익 웃어주고는, 그렇게 흰 장포를 휘날리며 담장을 넘어 하늘로 뛰어듦. 그 뒤로 여명이 밝아오고, 동시에 화산에 만개한 매화들이 마치 청명이를 따르듯 꽃잎을 휘날림. 사숙. 청명이놈이 정말.... 등선을 했나 봅니다

 

 사실 청명이가 말을 하지 않고 보기만 한 이유는..... 사람은 목소리를 제일 먼저 잊는다지? 어차피 떠나야 할 자신이 계속 미련 가지면서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혹시라도 자기 목소리 잊은 사람이 떠올리지 말라고 입 딱 다물고 있었음. 그리고 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나타난 이유도 마찬가지임. 아직 저들이 자신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 와중에 자신이 떡하니 돌아다니면 자길 어떻게 더 포기하겠음. 가망이 없다면 단호하게 잘라내지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고 가르친건 청명이 본인이었음

 

 그래서 저들이 마음 추스르고 장례 치를 때까지 기다렸던 것.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없는 화산을 받아들이라고. 그 대비는 청명이 본인이 다 해 두었으니, 100년 전 해주지 못한 것들을 이제라도 만끽하라는 듯.

posted by 이드(Reilu_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