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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Reilu_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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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9. 23:19 화산귀환

* 잡썰 모음

* 천마검존 요소 있음 주의

* 청명아 행복해라 제발

 

 

 

 

1. 발자국이 없는 청명이

 

 발소리나 기척은 무인이라 없을 수 있다고 치는데, 발자국이 남지 않음. 물론 남들 보기에는 수상비 비스무리한 것도 해낸 청명이인데, 답설무흔도 할 수 있겠지 하면서 대충 넘김. 실제로 땅이 굳은 땅이든 진창이든 심지어 눈 위에서도 발자국이 남질 않으니, 같이 다니는 오검들은 얘는 걸어다니면서도 수행을 하는갑다- 하고 넘김

 

 정작 청명이는 그런 적 없음. 오히려 천근추를 쓰면 썼지. 사실 처음에 자기 발자국이 남지 않는거 깨닫고 놀라서 온갖 짓을 다 해봄. 천근추 쓴 채 걸어다니기, 뾰족한 신발 신기, 발 그으면서 다니기..... 그런데 그 무엇도 흔적이 남질 않음.

 

 청명이는 여기서 깨달음. 지금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내가 속한 곳이 아니기에, 무엇 하나 제대로 된 흔적을 남길 수도 없는거구나

 

 그렇기에 더더욱 후회 없이 떠나기 위해 일분 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전력으로 달려오고, 천마를 잡고, 화산이 다시 중원 제일의 문파로 우뚝 서면서...... 사라져버린 청명이. 뒤늦게 화산에서 청명이의 흔적을 찾는데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거 보고 싶다. 청명이가 부순 담벼락, 청명이가 쓴 비급 등등 아무것도 남지 않음. 심지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천마를 베었다는 위명에 맞지 않게 청명이의 이름이 지워지기 시작하고, 종래에는 온전히 청명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 남지 않음

 

 결국 화산에 자하신검과 같이 또 하나의 신물로 남은 암향매화검..... 그 이름에 걸맞게 당가와 화산의 우정을 상징하는 검이지만 그 주인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으며 누구도 검집에서 검을 뽑지 못했다더라.... 하는 그런 이야기

 

 

 

 

2. 십만대산, 청명이는 죽고 천마는 살았지만 전쟁은 화산이 이겼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 천마의 내력을 뒤흔들어 진탕을 만들어놓고 웃으며 죽은 검존. 천마는 기혈이 뒤틀려 입가에 피 흘리면서 순순히 청명이의 검이 하늘에 닿았으며 이번 전쟁은 자신이 패배했음을 인정함. 주변의 정파 연합은 안도했음. 다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이젠 죽었구나 싶었는데 천마가 직접 패배를 선언하면서 마교들이 더는 위해를 가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화산의 제자들은 청명이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이를 악물었음. 그리고 그 청명이의 육신을 천마가 들고 있다는 것에 비통해함.

 

 그리고 천마는 마교 신자들을 물리고, 청명이의 시체를 들고 사라짐. 사형! 장로니이이임! 화산의 제자들은 물론이고 암존 당보는 서둘러 회수한 비침 하나를 날렸지만 허공을 가를 뿐이었음. 청명이를 잃은 것 하나만 해도 비참한데, 그 유해마저 증오스러운 마교의 손에 들어갔으니 대체 무슨 모욕을 당할지 알 수도 없었음. 청진을 비롯한 청자배와 그 아래 명자배들은 뒤쫒자고 했으나 전쟁의 후유증이 너무나 크고...... 만약 뒤쫒다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면 선계에서 청명이가 욕할 모습이 너무 선명해서 청문은 결국 청명의 사형이 아닌 화산의 장문인으로서 결단을 내림. 돌아가서 정리를 하자.

 

 다친 자들을 돌보고, 무너진 것들을 세우고, 불안을 잠재우고, 떠난 자들을 위로한 뒤에- 그 뒤에, 청명이를 찾으러 가자.

 

 한편 천마가 부상을 회복하고 다시 전쟁을 일으키기까지 시간을 벌어낸 청명이의 육신은 그대로 마교 본거지로 이송됨. 그리고는 천마는 마교도들에게 청명의 육신에 남은 상처를 수습하고 초혼 의식을 준비하라고 함. 물론 마교들이 하도 날뛴 바람에 그에 필요한 재료들을 모으는 데는 시간이 꽤 흐를 터였음.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혼을 그냥 두면 점차 마모되어서 손상이 가기 때문에 천마는 검존의 영혼을 갈무리해 잠시 넣어둘, 파장이 잘 맞는 육체를 찾으라 명함. 그리고 거기에 딱 맞는 조건으로 잡혀온 초삼이. 순식간에 초삼이의 미약한 영혼은 천마에 의해 소멸하고 그 자리에 매화검존 청명의 영혼을 넣음.

 

 마교 신자들은 왜 자신에게 그리 큰 부상을 입힌, 한낱 불신자 따위에게 천마께서 신경을 쓰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음. 그게 신의 뜻이고, 거기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불경이었으니까. 그저 천마께서 검존의 부활을 원하고 있으니 그 육신 상하지 않게 보전하고 찢긴 상처 붙여나가는 것에 정성을 다할 뿐. 그러던 사이 초삼의 육체에 깃든 청명이는 눈을 떴음.

 

 처음 몇 달은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멍하지만 분명 검존의 눈을 가지고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음. 그야 방금 죽었다가 남의 몸에서 깬거라 아직 그 죽음의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한 것. 그러다가 점차 이지가 맑게 돌아오고, 자신의 상황을 침착하게 파악하기 시작함. 나는..... 대화산파 13대 제자 청명. 분명히..... 마교와의 전쟁 중에 십만대산에 올라..... 천마를 베어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몇 십년은 벌 수 있게 마지막으로 기력을 쏟아부어서..... 그리고 나서..... 난 죽었는데?

 

 여긴 어디지? 아니, 내 몸은 왜 이렇게 작은데? 대체 이게- 몇 달이나 가만히 앉아있던 청명이가 당황해서 움직이자 청명이를 지켜보던 마교도가 서둘러 보고함. 검존이 깨어났다. 그러자 천마는 다시 명함. 가장 귀한 새장에 넣어두라고.

 

 청명이는 정말 죽을 맛임. 이 빌어처먹을 놈들이 마교놈들이고, 자신이 지금 마교의 소굴에 있으며 이미 죽어서 흘러갔어야 할 혼은 아무 죄없는 어린애의 육신을 빼앗은 채 묶여 있으니..... 제일 빡치는건 그 모든 것을 명한게 천마라는 점임. 자신을 그 꼴로 만든 복수로 날 가지고 놀겠다는건가? 이러나 저러나 마교 신자들은 천마의 명에 따라 철저하게 청명이를 케어함. 붉은 비단으로 지은 옷을 입히고, 향료와 매화를 가득 풀어넣은 물에서 씻기고, 동백기름을 발라 머리를 빗고, 호화스러운 음식을 차려줌. 심지어 청명이 대놓고 단전을 만드는 것을 지켜보기만 함. 천마가 허락한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어리고 약한 몸에 이제 막 만든 단전으로는 평신도 하나 이기지 못하니 청명이는 한철로 만든 쇠창살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었음.

 

 당연히 엄청나게 발작하면서 거부했음. 음식 뒤엎고, 옷을 찢어내고, 머리를 빗기러 오는 자들을 물어뜯고, 심지어 한 번은 가지고 있던 날붙이를 빼앗아 저항하다가 반쯤 정신이 나가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음. 그런데 몸에 칼날이 닿기 직전에 어떻게 알고 나타났는지 천마가 그걸 막고는 날붙이를 제공한 신도를 죽여버림. 대체 왜 이러는지 청명이 입장에선 알 수가 없음. 그렇게 자신을 내려다보던 천마가 나가고, 시체를 치우고, 결국 자신의 처지를 실감하게 된 청명이는 침대에 주저앉아서 몇 십년 동안 흘려본 적 없는 눈물을 뚝뚝 흘림. 장문사형..... 청진아..... 당보..... 그리운 사람들 이름을 불러대면서 제발 그들이 무사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이거 썰 왤케 길어지지;; 점점 피폐해져가는 청명이를 어느날 천마가 어디론가 데리고 감. 천마의 거처 가장 깊숙한 곳. 빙정을 가득 쌓아 거의 북해같은 추위를 자랑하는 작은 방 한가운데에 청명, 매화검존의 시신이 놓여 있었음. 대체 무슨 수를 쓴건지 뚫린 배와 잘린 팔은 복원되어 있었고, 초삼이의 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 같이 관리가 되어 있는 상태였음. 자신의 죽은 모습을 바라보며 동요를 감추지 못하는 청명이에게 천마가 속삭임. 내 너의 검이, 육신이, 영혼이, 매화가 너무 아름다워 온전히 가져야만 하겠더구나.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화산의 제자여. 너는 이 고금제일마의 심(心)에 닿았다.

 

 머리카락 살살 어루만지는 손길에 소름이 끼친 청명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설령 자결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함. 결국 천마의 그 자리에서 치미는 구토감을 억누르고 천마의 손을 쳐낸 뒤 무작정 뛰쳐나가는데, 그를 막으려는 신도들을 제지한 천마. 내버려 두어라.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을 터이니. 저 스스로, 혹은 강제로라도.

 

 그 약하고 여린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화산을 오른 청명이. 그러나 힘을 키우겠다며 굳게 봉문한 화산파 현판 앞에서 쓰러져버리고 마는데......

 

 아니 근데 그냥 청명이 육체와 영혼 둘 다 가져다가 육체는 육체대로, 영혼은 초삼이 몸에 넣어서 인형처럼 가지고 노는 천마가 보고 싶었을 뿐인데 왜 여기까지 왔냐 어린 아이의 몸으로 돌아온 청명이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화산이 검존 몸 되찾으려 하는 그런 뒷이야기 모름

 

 

 

 

3. 백아의 정체

 

 아 물론 백아가 매화검존 포함 최연장자인건 아는데요..... 아니 뭐 청명이도 초삼이 몸에서 깼는데 청명이 주변인이 백아 몸에서 깰 수도 있는거 아닐까(아님)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백아 = 당보 썰(당보 : 아니 왜요). 분명 죽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말로만 듣던 운남의 야수궁. 혼잣말 중얼거리는데 나오는 말은 키익 키익. 엥? 팔다리.... 가 아니라 다리다리 짧고, 흰 털이 숭숭에 몸이 말랑말랑...... 왐마 나 왜 담비래?

 

 사실 당보 빙의 전까지는 그냥저냥한 입지에 있었던 백아. 하지만 당보가 누구냐. 그 성깔 더러운 매화검존 옆에서 할말 다하고! 그 지강하신 매화검존이 훌훌 날아다니면서 이쪽 찌르고 저쪽 쑤실 때 따라서 비도 던져대던 암존 아니시겠음? 청명이 화산 재입문 하루만에 청자배 실세 잡은 것처럼 당보도 야수궁 짐승들 죄다 때려잡고 순위 올려댐. 보아하니 내가 죽은 뒤 시간은 좀 많이 지난 것 같고. 마교와의 전쟁은 끝났나? 야수궁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중원인인데도 매화검존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아하니 형님이 정말 천마를 천/마로 만드셨구나. 암, 누구 형님인데.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그 등 지켜주지 못한 것과 천마와 결국 동귀어진 했다는 사실에 죄송한 마음만 가득함

 

 이대로 중원으로 돌아가봤자 담비가 무슨 일을 하겠음. 야수궁은 중원과 사이가 나쁘니 중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정확히는 화산이 지금 망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혀 모른 채 매일 매화검존 사당 근처에서 지내는 당보. 그러던 어느날, 너무나 익숙한 기운이 느껴져서 문득 고개를 들고 본능적으로 달려나감. 도가 특유의 깨끗하고 정순한 기. 이정도로 최상급의 깨끗한 기는 실로 오랜만에 느꼈음. 구렁이고 호랑이고 죄다 지나쳐서 야수궁의 대문을 지나고 나니 보이는건..... 처음 보는 아해임. 아직 20살도 안됐을 것 같은데, 대충 묶은 머리....... 검은 무복.... 가슴에 매화..... 그리고 허리에 찬 것은 당가 문양이 들어있는 검.....? 그러자 문득 생각이 났음. 자기가 죽기 전에 청명에게 당가 식솔들 좀 부탁한다고 했던 것이. 설마-

 

 당보는 최대한 청명이(어휴 이름도 같네 진짜 형님이신가)한테 환심을 사려고 함. 심증은 많지만 물증은 없었고, 어차피 지금 담비의 모습인 이상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당보가 기억하는 청명은..... 정파고 사파고 짐승이고 자시고 평등한 도인이었음. 좀 다른 의미로 평등한 도인이었음. 그러니까.... 짐승한테도 사람 수준의 기대치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고!!

 

 매화검존 칭찬 나올 때마다 꺄르륵 웃는 모습, 엣헴 하면서 배 내미는 모습, 그리고 묵린혈망을 상대로 내리는 판단력, 검기 그 모든 것이 이 자가 청명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음. 따라가야한다. 그렇게 생각한 당보는 어떻게든 청명이의 관심을 끌고 그 목덜미를 차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시도하는데-

 

 좀 이후의 이야기로, 중간에 자소단 훔쳐먹다 걸려서 화산 밖으로 던져진 거, 사실 내력을 더 많이 쌓으면 사람 모습으로 잠시나마 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한건데 하필 청명이 눈에 걸려서.......

posted by 이드(Reilu_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