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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Reilu_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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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4. 21:57 화산귀환

* 그냥.... 이것저것... 청명... 둥둥이.... 당청요소가... 있나?

* 묘사가 징그러울 수도 있음 주의

 

 

 

 

1. 난 언제든지 등선할 준비가 되어있다오

 

 천마를 베고 난 뒤..... 한동안 혼수상태였다가 가까스로 눈을 뜬 청명이. 아주 미약하게 맥이 뛰고 희미하지만 숨을 쉬고 있기는 한데, 그마저도 가끔 숨쉬는걸 잊은 듯 멈췄다가 그걸 발견한 사형제들이 숨을 불어넣어줘서(인공호흡) 다시 연명하는 그런 신세.

 

 겨우 뜬 눈을 보면서 다들 안도의 환호성을 지르는데 의원인 소소는 물론이고 화산 사람들에겐 청명이의 몸 상태가 아주 중대사항임. 몸이 약해져서 가볍게 돌아다니는 것조차 부축 받거나 업혀다녀야 했는데, 이제는 그 몸상태마저 별거 아닌 일로 치부될 정도로 큰 사태가 벌어짐

 

 연무장 한구석 그늘진 곳에 청명이를 앉혀두고 매화 피워내면서 훈련하는 사형제들을 보던 청명이가 흐뭇하게 웃더니, 불안한 마음에 고개 돌린 백천이 순간 소리지르면서 달려감. 청명아!! 다급한 목소리에 다들 청명이를 바라보는데, 툭 넘어진 몸 위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면서 어디론가 향하려는 반투명한 청명이가 보임. 청명아, 안된다! 아직은 가면 안된다 이 망둥아! 내가 니 사숙이고, 내가 죽기 전까진 못간다! 소리치면서 그 반투명한 청명이 억지로 잡으려고 하고 유이설이 급하게 청명이 몸뚱이 붙잡고서 기력 불어넣어서 억지로 다시 돌려놓는 데 성공함. 청명이는...... 자길 왜 잡았냐는 듯 불퉁한 표정 짓는데 사형제들 울망한 표정 지으니까 입술 도로 집어넣고. 그 이후로도 종종 청명이는 잠시 눈을 떼면 막 등선하려다가 주변의 사형제들에게 걸려서 도로 잡혀오는 일이 반복됨.

 

 사실 천마를 베어냄으로서 모든 미련과 굴레를 벗어던지고 등선할 준비가 된 청명이. 마지막으로 현화산에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화산이 과거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 순간 조용히 등선할 생각이었는데 들켜버림..... 하지만 청명이는 정말로 가야만 했음

 

 청명이의 존재는 이제 이 세계의 이물질과 같은 것이고, 아무 미련도 의무도 없을 때 떠나야지만 올바른 길을 따라 등선할 수 있었음. 이대로 계속 또다른 미련을 만들고, 그게 자꾸 이어진다면...... 청명은 자기 사형제들에게 말함. 미련을 가진 채 땅 위를 떠도는 망령을, 흔히 악귀라 부른다고. 사형들이 매일 농담삼하 말하던 것이 아닌 진짜 악귀. 미련은 정신을 갉아먹고 자격을 박탈하지. 그렇게 이지를 상실한 존재가 제 갈길을 잃고 죄악을 쌓게 되면, 진정으로 지옥으로 향하는 문만이 열려있게 된다고. 그게 갈 때를 잃게 된다는 뜻이라고. 지금까지는 초삼의 육체와 의무가 저를 붙들었지만 이제는 원래 가야만 하던 길을 따라야 할 때라고.

 

 난 100년 전에 죽었어야 할 인물이고, 너희들은 그 이후에나 태어났을 자들이지. 순리에 따라 만난 적 없었어야 하는 인연이니, 우리의 헤어짐에는 이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 우리의 헤어짐을 슬퍼하지 말고, 도리어 우리가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게 맞지. 안그래?

 

 결국 마음을 정리한 현화산. 아주 좋은 날에 청명이를 앉혀두고 화산은 일상생활을 함. 청명이가 거기 있지만,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도, 그가 있는 것처럼 굴지도 않고 평온하게 굴러가는 그런 하루를. 아침에 일어나서 각자 기초를 다지고, 모여서 검로를 검토하고, 비무를 하고, 식사를 하고. 내기로 절벽 먼저 타기를 한다던가 찾아온 객들을 안내한다던가 하는 그런 소소한 일상. 그리고 해가 질 무렵에서야 그들은 평온하게 잠든 청명이의 주변으로 모여듦.

 

 언젠가 전쟁 중 다시 만났던 달뢰라마가 그랬던가. 제 한몸 불태워 어둠을 밝힐 사람이라고. 꼭 그 말을 증명하듯 지는 해와 같이 잠든 청명이에게, 선조인 매화검존과 사질(제)인 청명이를 향해 조용히 절을 한 채 흐느끼는 화산.....

 

 

 

 

2. 이 망할 마교새기들이 나한테 뭔 짓을 한거야?

 

 100년 전 천마가 죽고 나서 매화검존의 시신을 가져간 마교. 언젠가 천마가 부활했을 때 그 증오스러운 검존을 어케 할지는 오로지 천마의 몫이었으니까, 천마가 돌아왔을 때 맞춰서 검존도 아주 연약한 몸으로 부활시켜 바치려고 했음. 그래서 혹시라도 중간에 깰까봐 시신은 시신대로 보존하고, 혼은 따로 빼다가 파장 잘 맞는 육체 초삼이의 몸에 봉해두고 초삼이는 가사상태로 만듦. 여기서 문제가 발생함. 초삼이와 청명이는 분명 파장이 잘 맞긴 함. 문제는 초삼이의 몸은 거대한 검존의 영혼을 담기에는 너무나 작았음. 청명이의 영혼은 거대한 별모양 다이아몬드 조각이고, 초삼이의 몸은 작은 별모양 구멍이 나 있다고 하면 될까. 그 작은 몸에 거대한 영혼을 억지로 구겨넣다보니까 몸이 버티지 못하고 망가짐.

 

 처음에는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피를 다 빼내고 난 뒤에는 한쪽 눈이 튀어나왔음. 말라버린 몸은 군데군데 갈라져서 뼈가 보였고, 발가락같은 말단부위는 떨어지려고 함. 어차피 혼을 담을 그릇이라 몸은 죽어있어도 상관 없지만, 문제는 그렇게 성치 못한 몸에 담긴 영혼이 계속 흘러나왔음. 영혼을 보존하려고 한건데 영혼이 나온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 그런다고 새 몸을 구할 수도 없던게 이게 이정도로 잘 맞는 육체 찾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거든...... 그래서 급한대로 초삼이의 몸에 난 상저를 부적으로 덧댐.

 

 상처 치료용이 아니라 영혼 이탈 방지용..... 괴황지에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글씨가 난잡하게 써진 부적이 온 몸을 덧댐. 갈라진 곳 위에 붙이고, 떨어지려고 하는 곳에 감아두고..... 튀어나와서 결국 적출한 한쪽 눈 위에도 철썩 붙여둠.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천마의 초혼의식을 준비하던 중에..... 청명이가 초삼이의 몸에서 정신을 차림

 

 그리고 자기 상태를 보고 경악함. 이 빌어처먹을 마교새기들이 날 강시로 만들어?? 심지어 강시도 아님 자기 몸도 아니고 남의 몸에 억지로 넣어둔거니까. 그 약한 몸뚱이로 마교 탈출은 어림도 없는 소리지만, 휴식도 식사도 필요 없다는 죽은 몸의 특징을 살려 기회를 틈타 어떻게든 탈출에 성공한 청명이. 그러나 나오자마자 들리는 소식은 섬서에 있던 화산이라는 문파가 빚을 갚지 못하고 현판을 내렸다는 소식임

 

 화산의 귀신으로 죽고자 끝까지 남아있던 유이설과 장로들을 끝까지 따르겠다며 남아있던 윤종, 그리고 끝까지 종남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백천과 현자배 3명 운자배 2명..... 만 남아버린 화산에 돌아온, 부적을 덕지덕지 붙인 이상한 아해는 절규를 삼킨 채 낡아빠진 대문을 두드리게 되는데.......

 

 

 

 

3. 당보귀환(?)

 

 당보가 귀환함. 그런데 이제 원작 청명이와 당보의 포지션이 뒤바뀐

 

 첫 시작은 당보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난 사건임. 화산은..... 청명이가 환생하지 않았기에 결국 종남의 계략으로 현판을 내리게 된 화산. 마지막으로 지금껏 감사했다며 중원의 문파들에게 형식상의 서신을 보냈는데, 그 소식을 들은 당조평이 통탄을 금치 못하며 당보의 묘지로 옴. 할아버님. 검존의...... 할아버님의 친우이신 매화검존의 문파가 현판을 내린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게지요..... 전쟁 때 제일 앞서서 피흘렸던 자들이 누구였는지, 천마를 베어낸 천하제일인이 어떤 검을 썼는지...... 그리고 그 한탄이 당보의 귀에 닿았는지, 갑자기 무덤 들썩들썩 하더니 흙 다 뒤집어지고 관짝 뚜껑 열림. 아평아. 다시 말해보아라. 그게 참말이냐?

 

 가아아암히?? 아무리 말코에 술 좋아하고 도사는 커녕 사람같지도 않던 사람이었지만 누구보다 정 많고 강하시던, 사실 누구보다 도인같던 그 형님이 자기 목숨과 목숨보다 중히 여기던 화산을 죄다 갈아넣어서 천마를 베고 중원을 구원했더니 그걸 또 빨아먹고 화산 현판을 내리게 만들어어어어?? 대분노해서 입고 있던 수의 그대로 당가 쳐들어감. 야이 지금 당가주 누구야!! 화산이 이 꼬라지가 났는데 밥이 넘어가느냐???

 

 당가에서 내놓은 개똘아이 당보가 한바탕 난리를 치고, 겨우 진정하고, 당조평의 중재로 무덤에서 기어나온 선조임을 확인한 당군악은 당보가 화낸 이유를 똑똑히 듣게 됨. 과거 화산이 어떤 문파였고, 그들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지금 이 중원에서 숨쉬는 사람들이 누구의 피를 마시고 살아있는 것인지. 그리고는 당군악을 크게 질책함. 아무리 100년 전의 일이라지만 어찌 당가가 화산을 잊을 수가 있냐고. 전쟁의 시작부터 끝까지, 당가 식솔들의 앞에서 검을 들고 그들을 지킨 자가 화산이었음을 어찌 잊었느냐고. 당군악은 그 말에 자책하면서 서둘러 화산으로 향하고자 함. 그렇잖아도 아무리 마교에게 당한 피해가 크다 한들 그 정도로 거대했던 문파가 가지고 있던 사업체를 한번에 정리한게 아니라면 이리 쉽게 무너질 리가 없었고, 혹여 다른 문파가 관여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던 차였음. 그리고 그런 당가주를 막아선 것은... 원로원들임

 

 화산이 대체 뭐하는 문판데, 이미 세가 기운 문파에 뭐가 아쉬워서 당가가 그들을 도와야 하냐고 하는 것을, 당보는 망설이지도 않고 비도 던져다가 단전 죄다 폐해버림. 이 망할 것들이 뒷방 늙은이가 됐으면 당가주 밀어주고 어떻게 해야 의와 협을 지켜낼 수 있을지를 가르쳐야지 저들 잇속 하나 지키려고 난리친다고...... 이건 뭐라고 말도 못함 그 늙은이들보다 더 늙은이가 한 일이라..... 아무튼 급하게 화산으로 향한 당가와 당보. 가보니 상황은 더욱 가관이었음. 그 거대한 문파는 어디로 가고 이런 허름한;; 도사 형님이 봤으면 입에서 불을 뿜....기 전에 눈물부터 흘렸겠구먼;;

 

 급한대로 당가 이름으로 변제 기일 조금 더 늦추고, 그 사이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당보가 뽈뽈거리면서 정보를 모아온 결과 종남이 뒤에서 개입한 것을 확신함. 당군악은 그에 대해 분노함. 의와 협을 지켜야 할 정파놈들이 하는 짓은 사파와 다를바가 없었으니까. 그것도 정파를 표방하는 어설픈 문파가 아닌, 진짜 구파일방 중 하나인 종남이 그랬다는 사실에 분노함. 어차피 당가의 지리적 입지도 있겠다, 화산을 키워서 연맹을 만들면 나쁘지 않을거라는 계산이 서는데.....

 

 다른건 다 그렇다 침. 문파 운영법이야 당군악이 알려주면 되고 무학에 대한 기초는 크게 다르지 않으니 당보가 봐주면 된다고 치는데, 화산 무학을 당보가 어케 앎..... 물론 흉내는 낼 수 있겠지. 청명이가 당보 만천화우 흉내낸거마냥 비슷하게는 할 수 있겠지. 근데 1. 화산파가 아닌 사람이 화산의 무학을 전수하는 것도 이상하고 2. 흉내를 낸다 해도 그 무학에 담긴 기본을 알 리도 없으며 3. 당가가 언제까지고 뒤를 봐줄 수는 없으니 화산이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동시에 만들어야만 했음. 얘네 지금 태을미리검을 화산 상위 검법이라고 배우는데, 분명 도사 형님이 그거 못써먹을 검이라고 딱 한번 보여주고 말았던 그건데.....

 

 이걸 어찌해야 하지.... 하고 달 보면서 청명이 떠올리던 당보. 갑자기 귀에서 환청이 들림. 당보 이새기야 말 안들리냐? 단장애! 단장애로 가라고!! 앗 도사형님 목소리다 ㅎㅎ 형님 선계는 평안하신가여 ㅎㅎㅎ 아니 평안이고 자시고 단장애에 동굴 있는데 거기 함 가보라고!! 환청인가 싶긴 한데 자기도 죽은 줄 알았다가 당조평이 전해준 말도 안되는 행태에 관짝 걷어찼으니 선계 등선했을 형님이 텔레파시....가 아니라 전음이라도 보내는갑다 하고 화산 사람들에게 물어봄. 단장애가 어디냐고. 안내 받아서 갔더니만.... 여긴 보통 절벽이 아닌데? 이건 형님쯤 되어야 다닐법한 길.... 이 아니라 그냥 저승길인데???? 그 단장애 손으로 깎아서 더 맨들하게 만든 청명이 헛기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고..... 어쨌든 당보도 당대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무인이고, 어찌어찌 청명이가 말한 동굴로 들어감. 다른 애들은 위험하니까 남아있으라 하고.

 

 동굴 안에는 야명주를 박아두고(와 형님 돈 많으셨네) 구석에 꿍쳐진 술병들과.... 그 옆에 상자 열어보니까 영단을 쌓아두고(왜 화산은 형님을 내쫒지 않으신걸까?) 그 옆에..... 이십사수매화검법을 비롯한 화산 검법 비급서가 있음. 청진 실종 이후로 만약을 대비해서 청명이가 미리 만들어둔 것. 자하강기는 물론 청문 닥달해서 구결 적어둔 자하신공도 있음. 아무튼 이거만 해도 어디냐 ㅎㅎ 하면서 영단이랑 비급 챙겨 동여매는데, 저 한구석에 숨겨진 상자가 보임. 저건 또 뭔감? 싶어서 열어보니까..... 100년 전, 당보랑 유람하면서 이것저것 선물받았던 것 모음. 하, 형님. 나 만나러 올 때는 잃어버렸다고 하더니, 이런 곳에 보관해두셨소.....

 

 그렇게 돌아온 당보. 애들 영단 하나씩 멕이고 무공 정립하는거 당보 기억 따라서 조언 좀 주고...... 선계랑 실시간 통신이 되는지 청명이가 급 높은 신선이 된건진 몰라도 청명이 목소리 들어가면서 화산 무학이 담고있는 중심.... 그러니까 매화를 흉내내는게 아니라 꽃이 피고 지는 개화의 순환 원리를 대신 설명하고..... 건방지게 구는 백자배들 뚜드리 패면서 아이고 형님이 살아계셨으면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을 애들이 남들 추켜세워주니까 지가 천잰줄 아나봅니다;; 내 어딜 봐도 형님만한 기재는 본 적이 없는데;;;;

 

 아무튼 당가의 태상장로이자 화산의 조언자로서, 도사 형님이 차마 부탁하지 못한 것을 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당보의 이야기

 

 

 

 

4. 천마 잡고 유람하는 청명이가 보고 싶다

 

 천마 잡고 정리 되자마자 이젠 화산에 자기가 없어도 된다며 딱 정리하고 나감. 암매검도 내려두고 무복 딱 벗어두고. 산문 나서는거 백천이 붙잡고 청명아! 어딜 가려고 하는게냐! 하는데 청명이 싱긋 웃으면서 말함. 청명이라니? 난 초삼이야!

 

 그렇게 소속 없는 거지꼴로 유람다니는 청명이. 아무도 그 거지가 청명이인거 모르고, 청명이도 초삼이라는 이름 쓰고 다녀서 알아보는 사람 없음. 물론 지금까지 누구 눈치보면서 돌아다닌 적은 없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하는게 처음인 청명이

 

 세간에는 천마를 잡은 중원의 영웅이 여전히 양민들을 굽어살핀다는 식으로 알려진다던가....

posted by 이드(Reilu_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