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귀환

[화산귀환] 뿔 달린 청명이 이야기

이드(Reilu_L) 2022. 2. 6. 20:15

* 컴 부팅 문제로 다시 폰....





1. 각 문파에는 그들의 신이 있었다

화산의 수호신 청명. 머리 위로 화사하게 핀 매화가지 두 개가 특징인 무신이었음. 화산파만 특이한 것이 아니라 종남엔 대나무를 닮은 신이, 무당엔 가면을 쓴 신이 있었고 구파일방이나 신주오패 쯤 되면 다들 그런 신 하나씩 붙어 그들을 수호하고 있었음

그 중 제일 오래되고 강했던 무신 청명. 신들 또한 현세에서 주어진 수명이라는 개념이 존재했기에 각자의 소임을 다 하고 나면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고, 그 이후 새로운 수호신이 다시 문파에 내려서는 구조로 되어 있었음. 청명은 화산파의 시작부터 단 한 번도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 원로 중 원로 무신이었음

새로 내려온 수호신들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마냥 청명에게 덤볐는데, 십중팔구 대가리 깨지고 온순해짐..... 그나마 당가 수호신인 당보가 수도 없이 덤벼댄 결과 그럭저럭 술친구정도는 함

특징으로는.... 기분 따라서 달라지는 매화가지뿔. 꽃 상태는 물론 백매인지 홍매인지도 그날그날 달라짐. 덕분에 청명과 좀 친한 이들은 뿔을 보고 상태 파악하고 적당히 몸 사림. 이게 진짜 매화나무라서 조금씩이지만 점점 자라나고 끝에 새순도 맺히는데, 10년에 한 번 꼴로 적당히 다듬어줘야 함.  근데 또 자른거 아깝다고 의약당 가져다주면서 대충 달여먹으라고..... 거의 공청석유급 영약 재료.......

당보는 뱀신이라 몸 여기저기에 비늘이 있다고....




2. 그건 신도들의 전쟁이자

신들의 전쟁이었음. 천마는 인간의 몸으로서 신의 자리를 노렸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문파들의 신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함. 물론 문파 사람들과 신들은 격렬하게 저항했으나 인간들은 인간들끼리의 갈등에 터져나갔고, 신들 또한 압도적인 무력에 하나둘 스러져감

중원의 신 중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청명 단 하나. 놀랍게도 다른 신들과 다르게 천마와 몇 번이고 충돌했으나 결판을 내지 못한 유일한 신이었음. 결국 청명과 천마의 마지막 결전을 위해 중원의 무인들이 마교도를 상대했고, 그것은 결국 십만대산에서 종결됨

이후 다른 문파들은 새 신들이 내려오며 회복되었지만 청명은 죽지 않고 잠들었기에 화산에 새로운 수호신이 내려오지 않았고, 깊은 잠에 빠진 수호신이 화산을 돌볼 수 있을리 없었기에 다른 신과 문파의 계략 속에서 점점 무너지기 시작함

그리고 100년 후, 몸도 뿔도 작아진 청명은 천마의 재림을 느끼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을 억지로 일으키게됨




3. 화산 아해들이 너무 비쩍 곯았구나

네? 어리둥절한 현운자배들. 지금 어깨가 두배가 되었는데요?? 고기도 잘 먹이고 있는데??

그러나 화산의 전성기를 이끈 수호신 눈에는 그냥 못먹고 자란 애들임..... 결국 특단의 조치로 의약당주에게 산삼 몇개랑 정체 불명의 나무토막을 가져다주며 잘 달여 먹이라 함.

이건 뭐죠?
아. 슬슬 뿔 자를 때가 돼서.....

잘 보니 짧아진 뿔. 다들 기겁해서 그러지 말라고 설득하는데 정작 본인은 심드렁하게 100년 전에도 자주 먹였다 그럼. 심지어 당가쪽에서도 가끔 꽃봉오리 몇개 따다 튀었다고. 100년 전 선조들이 왜 강했는지 깨달아버린 현자배와 운자배는 대략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고 맘.




4. 기분나쁘게 그건 왜 가지고 있어?

천마와의 결전 때 왼쪽 뿔을 뜯긴 청명. 아프지도 않지만 어차피 다시 자라날거고 자고 일어났을 땐 다시 원래대로 자라있어서(오른쪽은 반대로 줄어듦) 신경도 안썼는데

마교가 가지고 있었음. 그 반쪽짜리 빙궁 주교가 천마 재림의식에 쓰려고 보관함

기분나쁘다고 주교 줫패고 강탈한 뿔 또 달여주는 청명이. 무려 100년 전 최전성기 당시의 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자랑함




5. 신들의 회담이 있었다

문파의 격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함. 100년간 청명이 잠들어있어서 신을 내세우지 못했기에 구파에서 탈락한 이야기는 둘째치고,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기에 참가하지 않으셔도 된다 하는 아해들을 물리고 한동안 두문불출한 청명. 다들 불안한 느낌에 그저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자.

어마어마할 정도로 화려하게 꾸민 청명이 나옴. 매화뿔에는 금장식이 주렁주렁하고 비단실로 수놓은 장포와 색색의 노리개가 찰랑거리는 소리를 냈음. 향도 진해서 지나치기만 해도 매화향이 퍼져나갔기에, 청명의 이런 면모를 처음 본 화산 애들은 다들 턱이 빠짐

이래봬도 매화와 무의 신인데, 이 정도는 꾸며줘야 화산파의 면모가 살지 않겠느냐

는 개뿔. 청문 살아있을 적 딴 문파 기 누른답시고 강제로 꾸밈당함. 자, 가자 아해들아. 나 없는 동안 콧대만 높아진 놈들 대가리 깨러.




6. 이번에야 말로

너를 죽이고 스스로가 마신에 걸맞는 존재임을 증명하겠다.
100년 전에도 나 하나 때문에 실패했던 놈이 여전히 눈만 높구나. 감히.

그 어느 때보다 화려히 피어난 홍매화가지. 그에 못지 않은 검기. 분홍빛 안광을 흩뿌리며, 매화의 신은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 다시 천마와 십만대산에서 격돌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