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귀환] 마마* 분위기의 당+청+백 이야기
* 청명둥둥 하고 싶은 당청백.... 인데 컾링 약함
* 보고 싶은 것만 빠르게
* 마마마 몇화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호무ㄹ 과거편 나올 때 ㅂㅍㄹㄱㅅ랑 싸우는 그런 분위기
1. 아 사숙 또 무슨 사고쳤어?
봉문중이던 화산. 하도 전각이고 나발이고 다 부숴먹고 난리가 나서 현영의 가계부(?)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결국 산 깊은 곳에서 수련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고, 최소한의 짐만 챙긴 백천은 다 죽어가는 몸뚱이를 이끌고 방으로 돌아가다 발로 뭔가를 차서 넘어뜨림. 작은 목함이었는데, 오늘 수련 중에 백자배들 숙소 담장이 기어이 다 무너지고 말았으니 그 안에서 나온 물건으로 추정되긴 하는데 왜 이런 물건이 여기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오래된 골동품이겠거니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한쪽에 잘 치워둔 채 자러 들어감. 그리고 참으로 기묘한 꿈을 꾸게 됨.
전체적으로 안개가 낀 것 같은 시야였음. 뭐가 됐든 선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꿈이라고 인식하고 이리저리 헤메던 백천은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낌. 주변을 둘러보니 여긴 화산이고.....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이 화산의 도복을 입고 있었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이제는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해 의문을 가득 품은 채로 마침 근처에 있던 사람을 붙잡아 물어보려고 했는데- 손이 그대로 통과함. 그 사람은 자신을 인식한 것 같지도 않았음.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제 발길만 빠르게 움직일 뿐. 백천은 당황해서 사방천지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다른 사람을 붙잡으려 들었는데, 그 누구도 백천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 너 누구냐?
낮게 깔린, 경계심을 한껏 드러낸 목소리와 함께 목덜미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짐. 그 망할 사질놈이 몇 번이고 상기시켜줬던 죽음의 느낌. 백천은 천천히, 자신이 해를 끼칠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드러내며 뒤를 돌아봄. 그 곳에는...... 감히 그 무위를 짐작하기 어려운 고수가 화산의 도복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백천을 응시하고 있었음. 오늘은 손님을 받는 날도 아니고.... 손님이라 해도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화산에서 용납될 리도 없는데...... 심지어 화산의 도복과 화산의 검을 들고 있구나. 아해야. 화산을 사칭하면 어찌 되는지, 강호에서 듣지 못했더냐. 내 얼마 전에도 그놈들 단전을 폐하고 왔거늘-
백천은 최대한 침착하려고 했음. 자신도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이런 곳에 있었고, 소란을 피울 의도는 없었으나 그 누구도 자신을 인식하지 못했기에 당황해서 그리하였으며, 자신은 22대 백자배로서 화산의 제자이니 사칭한 것이 아니라고. 그에 무인, 검존은 피식 웃으면서 말함. 아해야. 사칭을 할거면 제대로 알아보고 해야지. 16대 운자배를 받은 것이 제작년인데, 어찌 22대를 운운하느냐. 그제야 이곳이 한참 과거의 화산임을 눈치챈 백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듦. 16대 운자배를 받은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면 지금 그들이 삼대제자의 신분이라는 것이고, 그럼 그 시기에 화산에서 손에 꼽히는 고수라고 한다면- 설마
혹, 선조께선 대화산파 13대 제자, 매화검존이 아니신지요? 어쭈? 그런 주제에 나는 또 아네? 이거 대체 뭐하는 사기꾼이야? 얼굴은 훤칠하게 생겨서는.....
사기꾼 아닌데..... 눈물 삐죽 흐르려고 하는거 억지로 참고, 이걸 대체 어찌 해명해야 믿어줄지 고민하는 백천의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청명이를 부름. 청명아. 대체 허공에 검을 겨눈 채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또 깨달음이라도 얻은게냐? 에잉, 대체 여기서 더 강해지면 저 망둥이를 어찌 잡아야 하누.....
? 사형, 장문사형. 얘 안보입니까? 이상한 아해가 화산의 도복을 입은 채 자기가 화산파 제자라고 우기고 있잖아요!
대체 뭔소리냐, 청명아. 게 대체 누가 있다고..... 네가 헛것을 볼만한 놈도 아니긴 하다만, 어디 아프면 의약당에나 가거라
엥? 검존의 의문 가득한 표정과 차마 이를 어찌 해야할지 몰라 눈만 굴리는 백천.....
2. 아 그래서 쟤가 그 동룡입니까?
처음에 청명은 백천이 자신에게만 보이고 만져진다는걸 인정하지 못해서 백천 데리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는데, 놀랍게도 아무도 백천을 인식하지 못했음. 결국 이게 좀 이상한 상황이라는걸 인정한 청명이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백천을 노려보기만 함. 대체 웬 이상한게 굴러들어와서는..... 쓰읍. 100년 뒤엔 괜찮은 스승이라도 있나? 저 나이 치고는 단련이 잘 된 것 같기도 한데.... 근데 왜 이름은 동룡이냐..... 얼굴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쟨 도호 말고 이름 들키면 평생 놀림감..... 궁시렁궁시렁..... 하는 중 들리는 어린 제자의 목소리. 청명 장로님! 당가의 암존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너 거기서 꼼짝 말고 있어라. 백천에게 살벌한 경고를 날린 뒤 터벅터벅 암존 보러 가는 검존. 가보니 몇년 전에 담근 술이 괜찮게 익었답시고 가져온 당보에게 청명은 조잘조잘 대화하다가 문득 백천에 대한 이야기를 함. 당보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꽤나 흥미로워함. 다른 사람들에겐 인식되지 않는데, 형님에게만 보인다구요? 그래.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아느냐. 얼굴은 잘생겼는데 이름이 동룡이랜다. 와, 형님 입에서 잘생겼단 소리도 나오네. 저보다 더합니까? 그런 시답잖은 소리를 하면서 백천 앉아있는 청명이 방 문 딱 열자마자-
아, 쟤가 그 이름이랑 얼굴이 따로 논다는 동룡입니까?
..... 어?
백천이 당보에게도 보이는 것을 확인한 청명이. 백천은 화산 사람도 아닌, 아무리 봐도 당가 복식을 한 사람에게 자기가 인식될줄은 몰라서 입만 뻥긋뻥긋 하고......
3. 제자(임시)가 귀찮다
이게 무슨 사술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검존에게 느꼈던 무위는 진짜였으므로, 여기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이 배워가려는 백천. 청명에게 고개 숙이면서 잠시라도 좋으니 가르침을 달라고 함. 청명이는...... 제자 들이는걸 매우 귀찮아했으니 대충 좀 괴롭혀서 떨칠 생각을 하는데.....
절벽에서 떨구면 순식간에 기어올라옴
수레에 앉아서 천근추 쓰고 있어도 화음현까지 다녀옴
바위 들고 버티기도 생각보다 오래 함
물 속에서 검 휘두르기도 어찌어찌 하기는 함
청명이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그 나이에 기초가 이렇게 잘 되어 있는건 처음 본다고 하니, 백천은 이거 시키는 사람이 있었다고만 대답함. 와. 100년 후 화산에는 무슨 악귀가 사는거냐. 기초가 중요한 걸 아는 놈이냐 아님 그냥 괴롭히는걸 좋아하는 놈이냐? 백천은... 차마 대답 못함...... 둘 다요....
아무튼 청명은 지금까지 제자를 받아본 적 없고, 당시 강호 분위기는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초와 깨달음을 위한 약간의 힌트 정도만 던져주고 도와주는게 대부분이라서 백천에겐 검협 청명이만큼 매일같이 비무를 해준다거나 하지는 않음. 오히려 대충 과제처럼 '오늘은 뭐뭐 해라' 던져주고는 혼자 산 어딘가로 숨어들어가 자기 검술 갈고닦는데 바쁨. 백천은 당연히 그에 대해 이해함. 사실 지금 화산이 좀 기이한 구조라 삼대제자 중 최고 막내(소소 제외)가 장로급까지 죄다 가르치고 있는 형편이고, 그마저도 각자 수준에 따라서 시간을 나눠 봐주고 있는 형편인지라 사실상 검협 청명이는 자기 쉴 시간을 아껴가면서 자기수련을 하는 중이었음. 만약 장로나 일대제자들이 튼튼했다면 이대, 삼대 제자들은 그들이 맡고 청명이는 자신의 검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은 사실 화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진 아쉬움 중 하나였음.
어쨌든 오늘은 이거 하란 소리지? 군말없이 검존이 시킨거 하는 백천. 처음에 청명이 만났을 때도 그랬거든.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던 것들이 결국 대성해 매화를 피워내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으니 검존이 시키는 것도 어딘가에서는 도움이 될거라는 믿음으로 함. 검존은..... 군말 없이 시키는거 하는 백천이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서 이것저것 찔러줌. 자세는 좋네. 근데 왜이렇게 살기가 실렸냐? 손목에서 힘 안빼? 백천은 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함. 지금 화산을 이끄는 사람이, 난세에 제 한몸 지키려면 이정도는 해야 한다면서 닥달하더라고..... 검존은 대충 무슨 소린지는 알지만 화산의 제자가 살기 섞인 검 쓰는게 마음에 안듦. 에잉. 그렇게 잘 아는 놈이 있으면 그놈보고 싸우라고 하면 되지-
안됩니다.
..... 왜?
제가 그놈 사숙이고, 전 언제까지고 사질에게 보호받는 입장으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 동룡아. 너 사질한테 배우고 있었냐? 안쪽팔리디? 대답 없이 그냥 검만 쥐고 내리치기 반복하는 백천.....
4. 암존과의 관계가 수상해!
꿈에서 깨지 못한 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한 백천. 그럭저럭 검존의 가르침을 따라가고 있을 무렵, 최근들어 암존, 당보가 찾아오는 빈도가 늘었음. 검존은 당보를 한 번도 밀어낸 적 없고, 당보는 머리 콩 맞으면서도 잉잉 형님 오늘 저 밑에 파전이 진짜 맛있게 생겼다니까요 잉잉 하면서 기어이 검존을 꼭 데리고 감. 정확히는.... 백천은 자신이 느낀게 정확한지 확신하진 못했지만, 어쩐지 자신과 검존을 떨어뜨리려고 하는 의도가 느껴지는.....
나갈 채비 하러 간 검존. 주변에는 백천과 당보밖에 남지 않음. 자신을 인식하는 유이한 존재인 당보는 일단 본거지가 사천이고 일단은 태상장로라는 입장도 있어서 자주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음. 그런데 왜 이렇게 자신을 경계하는지..... 그 떄, 당보가 입을 엶. 아해야. 접거라.
네?
보아하니 네가 무슨 표정으로 형님을 바라보는지 모르고 있는 모양이구나. 차라리 평생 모른 채 접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 제가 감히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감정에는 시간도 계기도 의미가 없다고들 하지. 하지만 아해야. 나는 한 나무만 바라보고 산 세월이 네 나이보다 많을 것이고, 그동안 뿌리는 깊고 단단하게 틀어박혔다. 네 스스로 밝힌 말이 진실이라면 너는 평생 형님을 위패에 새겨진 두 글자로만 알고 살았을 터이니,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을 너 스스로도 알지 않더냐.
그리고는 저 멀리서 검존이 손짓하는 것을 보곤 훌쩍 자리를 털고 일어난 암존. 생기지도 않았어야 할 감정이니, 추슬러야 한다. 그리 말하고는 담장을 폴짝 뛰어넘어 사라지는 두 인영을 멍하니 바라보는 백천...... 내가 대체 무슨 표정으로 검존을 바라보고 있었더라?
한편 고강한 무인인 검존 귀에 그게 안들릴 리가 없었음.
당보야. 한참 어린 아해에게 위기감이라도 느꼈더냐.
뭐, 얼굴은 봐줄 만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뭐?
저런 눈을 한 사람은, 뭐 하나 정하고 나면 뒷일 생각 안하고 들이박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오.
아서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애한테.....
5. 가봐야겠다.
백천은 자신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님을 깨달음. 지금이야 평화로워보이지만 화산은 분명 마교로 인해 한번 망한 적이 있었고, 그건 화산 뿐만이 아닌 중원 전체가 휘말린 전쟁이었으니 적어도 이에 대해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만 했음. 그래서 하루는 검존에게 정확한 시기는 모르나 마교가 발호하여 대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경고를 하는데-
입이 열리지 않음
오히려 그 말을 하고자 하는 순간 몸이 반투명해지더니 시야가 뒤집힘.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피웅덩이 위였음.
사방이 시체로 가득한 와중에, 백천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서 무언가 끌어안은 채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함. 똑같이 온 몸이 피투성이인 검존과..... 그에 안겨있는 당보였음. 당보는 입술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고, 청명은 귀를 가까이 댄 채 그걸 듣고 있었음. 마치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기어이 당보의 손에서 힘이 빠지고, 그 떨어지는 손을 검존이 잠시 잡아 얼굴에 가져다 댔다가, 마지막으로 땅바닥에 내려놓고는 머리카락을 정리해 줌.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남. 주변에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검존과..... 저 멀리, 존재만으로도 불길함을 뿜어내는 존재, 천마 뿐이었음. 검존은 검에 묻은 피를 도복에 닦아내고는 백천에게 말함. 아해야, 가봐야겠구나.
.... 굳이 당신이어야 합니까?
이게 감히 누군가에게 주어진 의무겠느냐. 다만 그만한 자격을 갖춘 이가 지금은 나밖에 없을 뿐이지.
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누구 하나 저 자에게 의미있는 상처를 남기지 못한 채 스러졌단 말입니다!
아직 어리구나, 아해야.
.......
저 빌어처먹을 천마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고 하여, 그들의 죽음이 의미가 없지는 않단다.
암존께선-
.......
암존께선...... 당신이 살아남기를 바라시지 않으셨겠습니까......
백천은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함. 아무리 봐도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음. 화산의 도복은 물론 무당, 소림, 남궁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문파들이 다 뒤섞여 같은 시체가 되어버린 이런 지옥도 속에서 차라리 청명이 도망쳤으면 함. 이 곳에서 저 자에게 끝까지 검을 겨누는 것이 의기임을 알아도, 그리고 원래 그런 역사였음을 알았음에도 백천은 검존을 붙들고 애원함. 가시면 죽는거 아시잖아요. 굳이 당신이 아니어도-
다들 내가 살아남기를 바랐겠지.
그럼 왜-
하지만 살아남기'만'을 바라지는 않았을거다.
.......
살아남아서, 그들이 하고자 했던 것을 끝까지 이뤄주길 바랐겠지. 저 망할 천마새끼 모가지 따버리고!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주길 원하지 않았겠느냐!!
그렇지 않느냐, 당보야? 검존은 매화검의 날이 아직 서있음을 확인하고 아래로 늘어뜨림. 어쩐지 그게, 너무나 익숙한 사질의 모습과 닮아서 잠시 손에 힘이 빠진 사이, 검존은 백천에게 잡혀있던 도포자락을 빼냄.
아해야. 아니, 백천아. 네 존재가 미래의 증명 아니겠느냐.
검존-
100년 후에도 화산에는 매화가 피겠지. 그렇다면 그 길은 내가 열어주마.
이 못난 선조의 선물이라 생각해라. 그리 말하고는 순식간에 천마와의 거리를 좁히는 검존.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백천은 그 전투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는데.......
6. 여긴 환상향이라오
아무것도 없는 백색의 공간에, 당보를 만나게 된 백천. 그리고는 여기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 듣게 됨
여기는 원래 당보가 들고 다녔던 어떤 보물로 인해 만들어진 환상향임. 그 보물은 가까운 사람의 기억이나 경험을 기록하고 그걸 토대로 환상을 만들어내는 물건이었는데, 처음에는 당보가 몇 십년동안 지니고 다니면서 당보의 기억과 인격 일부가 깃들었고 이후 청명이와 같이 다니면서 청명과의 기억과 경험이, 당보가 죽고 난 이후 청명이가 그걸 받게 되면서 청명이의 최후까지 기록을 하게 됨. 십만대산에서 유품 수습하던 중 당가의 물건인줄 알고 처음에 당가로 돌아갔다가 암존이 검존에게 선물로 줬다면서 다시 화산으로 돌아갔는데, 화산에서도 이게 뭔지 몰라서 대충 목함에 넣고 한구석에 방치해뒀던 것.
보물이 만들어낸 환상향은 진실이 아님. 실제 역사도 아님. 오로지 그 주인의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공간이고, 원래라면 대산혈사에 참가하기 전에 죽었을 당보도 청명이의 미련 중 하나가 되어 마지막 전투에서 죽은 것처럼 보임. 그러나 결국 청명이 또한 천마에게 죽음으로서 어찌해도 그런 환상향 속에서도 천마는 이기지 못할 존재가 되어있었고. 청명과 당보만 백천을 인지한 이유도 그 둘의 기억이 이 환상향의 주체이기 때문임.
처음에 당보는 청명에 대한 마음을 접으려고 했었음. 자기 연심 자각하고 나서 몇 번 급발진 하려던거 참아내고, 환상향에서 청명이의 모습을 담아 현실에서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연심을 달랬음. 그러다가 우연히 일이 잘 풀려서 정인이 된 이후로는 그냥 습관적으로 들고 다녔을 뿐 사용할 생각은 안했는데, 전쟁이 터지고 나면서 혹여 자신이 죽고 형님 혼자만 남았을 때 마음 적적하면 달래라고, 대신 전쟁은 잊고 행복했던 나날만 기억하라고 보물을 두고 다님. 그래서 보물에는 마교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남아있지 않았고, 당보가 죽은 이후로 청명이가 들고 다니면서 청명이의 전쟁에 대한 기억이 새겨짐.
당보, 보물에 기록된 당보의 기억은 백천에게 말함. 자기가 백천에게 말했던 것들은 감히 진심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실제로 검존은 백천은 물론이고 현 장문인인 현종이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죽었던 사람이고, 당연히 실제로 만날 일 없어야 했던 사람인 것을 이리도 우연한 계기를 통해 그 편린을 엿보게 되었으니, 쓸데없는 마음 가지지 말고 접으라고 한 것. 백천은 그에 수긍함. 자신이 본 것은 검존 본인도 아니고 당보가 한 말이 틀린 것도 없었으며, 당보가 검존에 대해 품은 마음이 너무나 깊어서 감히 자신을 들이댈 생각조차 못함.
다만 환상향의 당보가 진심인 것처럼, 최후에 검존이 자신을 위해 길을 열어주겠다 한 것도 진심이었을 것이라 믿고 환상향을 향해 포권을 함. 대화산파 22대 제자 화산정검 백천이 선조들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7. 쳐 자빠져있지 말라고!!
동룡이! 일어나라고!! 대사형이 되어서는 지각이 말이나 돼??
청명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백천은 몸을 일으킴. 끄으응. 뭔가 긴 꿈을 꾼 것 같은데...... 동룡아. 평생 꿈 속에서 살게 해줄까? 빨리 씻고 짐 챙기지 못해? 어휴, 간다, 가.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나 대야로 향하는 백천을 바라보는 청명이는, 등 뒤에 목함을 숨긴 채였음. 와 씨, 이게 여기서 나오네. 당보가 죽고 난 이후 그리울 때마다 가끔 들여다보던 물건이었는데, 죽었다 살아난 이후로는 찾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더니만...... 보아하니 100년간 다른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자신들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아, 몰래 백아를 시켜 자신의 방에 가져다두라고 함.
안다, 당보야.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라. 내 언젠가는 이런것 따위가 아니라, 진짜 너를 보러 갈 터이니 자리나 잘 잡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