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귀환] 좀 씁쓸한 무언가
* 아무거나 생각나는대로
* 청..명.....아... 행복...해라......
1. 매화검존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유는...... 어설프게 희망을 줘서? 차라리 다 포기하고 마교에 붙던지 평범하게 천하가 마의 손에 들어가는걸 방관할 수도 있었는데, 청명이가 뜨면 '어쩌면 이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어서...... 고작 한 명으로 뭐가 뒤집힐 리가 없는데 청명이라면 전황을 뒤집고 마교를 혼자 이겨내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런 희망에 눈을 빼앗긴 가족들이, 문파의 사형제들이 전장에 몸을 내던졌다가 시체가 되어 돌아오는 모습을 몇 번이고 보다보니,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마교보다는 원망을 돌리기 편한 매화검존을 원망하는 것. 사실은 다들 알고 있는데, 매화검존이 있었기에 그들의 희생이 아직까지 무의미하지 않을 수 있는걸 뻔히 아는데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상실감이 너무 커서..... 근데 그럼 청명이는 자신이 지키지 못한 사형제나 당보의 죽음을 누구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작전을 짠 청진이나 실행한 청문을 원망하지는 못할거고, 결국 본인이 나약해서 그랬다고..... 다들 타인의 탓으로 외면하기 바쁜 그것을 홀로 직시하고서 슬퍼하지 않았을까
혹은 그런 상황이 있었지 않았을까. 청명이가 있는 무리고 없는 무리가 반으로 나눠져 있는데, 양쪽 모두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지선다가 필요한 경우 청명이가 있는 곳은 '검존이 있으니까' 라며 무시당하는..... 사실 결과적으로 양쪽 다 생존률은 비슷한데, 검존과 있으면 구원이 오지 않는다는 그 절망감이라던가.....
원래 청명이 성격이라면 그걸 왜 자기 탓으로 돌리냐며 화내고도 남을텐데, 차마 자신도 남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그 마음을 알기에 그저 묵묵히 원망을 받아내면서 정파들의 연합의 결속을 지켜내는 그런거
2. 화산의 남겨진 후인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
마교가 한바탕 쓸고 지나가, 돈이고 무학이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화산에서 선조들의 유지를 잇겠다며 남아있는 후인들. 문파를 살리려면 필수적으로 돈이 필요했고, 구파를 포함한 천하의 그 어디도 화산을 위해 손 뻗지 않았을 때 그들은 하나씩 물건을 팔기 시작했겠지
처음에는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팔았을거고, 그 다음으로는 전각을 꾸민 각종 장식용 물건을 팔고...... 전각이 텅텅 비고, 더 이상 팔 물건이 없어졌을 때에야 십만대산에서 살아오지 못한 청자배들의 유품에 눈이 갔겠지. 청문이 아끼던 고급스러운 벼루, 청진이 몰래 쌓아두고 마셨던 고급 찻잎, 속가문을 연 사제를 위해 만들어둔 혼례복....... 하나씩 팔 때마다 너무 죄스러워서 고개조차 들지 못할 지경 아니었을까. 팔 때마다 그 사람의 흔적을 화산에서 지워버리는 것 같아서.
정작 청명이 방은 아무것도 없었다던가. 원래도 물욕은 별로 없었는데(돈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물건'에 대한 욕심은 없음) 전쟁이 심화되면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들 죄다 팔아서 검 사고 여기저기 쏘다니는 여비로 썼을 것 같지. 그 휑한 방 바라보면서 청명 장로님은 우리가 더 죄(선조들 물건 갖다 팔아서 빚 갚으려고 함)를 짓게 하지 않도록 도와주셨다며 비참해하는 후손들..... 청명이는 물론이고 다른 선조들이 살아있었어도 아낌없이 내줬을 것을 알아도 도저히 죽을 때까지 그 물건을 자기 손으로 동전과 바꿔 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하겠지
3. 한밤중에 몰래 옥천원 들어앉아있는 청명이
자신도 모르게 잊어버린 사형제가 있을까봐.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후손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달빛에 의존해서 위패와 문적에 새겨진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감. 쟨 때만 되면 내려간다더니 끝까지 남았네, 미련한 것. 아는 도호 있으면 괜히 그런 생각도 해보고, 점점 모르는 이름이 나오니 청명이 눈빛도 가라앉음. 내가 모르는 사이 이리도 많은 후손들이 멍청한 선조들의 잘못을 지탱하고 화산을 붙들고 있었구나
그리고 다시 아는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는거지. 20대 현종 현영 현상, 21대 운검 운암, 22대 백천 백상..... 사고는 아직 도호가 없어서 그런가 문적에 없네. 삼대제자들도......
저기 새겨진 후손들 중 얼마나 많은 자들이 선조를 원망했을까. 대체 무슨 심정으로 화산에 남고자 했을까. 하도 오래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동이 터오고...... 그 멍청한 선조 중 대표인물로서, 밤 몰래 향 하나 피워두고 죽어간 사형제들과 저 모르는 후손들을 위해 제를 올리는 그런 청명이가 보고 싶다
4. 비 오는 날 싫어하는 청명이
정확히는 비 오고 나서 그 끈적한 습기와 바닥에 고인 웅덩이를 싫어함. 과거 전쟁 당시에, 피웅덩이 밟아가며 싸웠던 일상과 겹쳐져서.
하루는 비오는 날 수련하던 사형 하나가 웅덩이에 크게 나자빠졌는데, 다들 웃어대는 동안 청명이 혼자 피웅덩이 속에 죽어가던 사형제가 생각나서 얼굴 창백해지는 그런거.....
5. 이거까지 자를 놈 만나면 그냥 죽으면 돼. 억울할 것도 없지
전쟁 중 좋은 무기는 사형제들 주고 자기는 대충 주워다 쓰는 검존. 자기는 검에 기력 넣어서 대충 버틸 수 있지만 사형제들은 그게 안되니까...... 이 때 무기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느긋하게 검 제작할 시간은 없으니 그나마 상태 양호한 것들 골라다가 갖다주고 본인은 처음에 썼던 검 한자루로 대충 버팀.
사실 청문이 청명에게 자하신검 가지고 쓰라고 한 적 있었는데, 청명이는 그 좋은 검 약한 사형이나 쓰쇼(청문 : 이놈이....?) 하고 양보함. 마교놈들이 던지는 투척물들 주섬주섬 주워다가 당가 가져다주고(당보 : 아 그런거 안쓴다구요;;) 도든 검이든 일단 쓸만하면 죄다 쓸어와서 자기 사형제들 주고 남으면 그거 주력으로 쓰는 문파도 가져다주고.....
청명이가 천마 목 벨 때 썼던 검..... 원래 청명이 검이라면 어떨까? 마화에 당해서 왼팔부터 타고 오는걸 막으려고 자기 손으로 잘라버리고...... 화산에서 처음 받았던 검으로 죽는 순간까지 검 한자루로 전쟁을 종결시키는 그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