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귀환

[화산귀환] 구화산의 행복한 청명이 이야기

이드(Reilu_L) 2021. 9. 3. 23:11

* 보고 싶은 것만 씀

* 청명른이 깔린 청명둥둥

 

 

1. 청명이 어릴 적.... 분명 타 문파에서 시비 걸린 적 있겠지

 

 화종지회마냥.... 무당이라던가 좀 큰 문파랑 비무 교류 하는데..... 화산이 워낙 강할 때라서 삼대제자들 다 연패하고 있으니까 손톱 물어뜯던 상대 문파 장로...... 당시 청명이는 너무 어려서(청문 15살이면 청명이 5살임) 비무 안나갔는데 청명이도 삼대제자이니 똑같이 비무 나와야 한다고 우겨서 억지로 참가시킴...... 청명이는 이미 비무 끝나고 돌아온 대사형 청문 등짝에 업혀서 낮잠 자고 있었는데 뜬금 비무하게 생김.....

 

 청문은 당연히 무슨 애한테 그런걸 시키냐고 안내보내려고 하는데, 등짝에서 목소리 웅웅 울리니까 낮잠자던 청명이 결국 깸. 당연히 자다가 깼으니 칭얼대는거 둥기둥기 해서 달래놓긴 했는데, 그거 보면서 적어도 1승은 챙기겠다며 한숨쉬는 상대 장로.... 물론 화산 장로진은 양심도 없다면서 노려보지면 일단 화산에게 이기는게 중요하다! 라는 생각으로 꿈쩍도 안하는 노양심 장로.....

 

 아무튼 청명이 깨우고 목검 하나 들려주면서 신신당부하는 청문. 청명아. 진다고 부끄러운 것은 아니란다. 네 나이가 아직 어리니 천천히 너만의 매화를 피워내면 된단다. 위험하면 바로 기권하고 어쩌구 저쩌구...... 근데 자다 깬 청명이의 귀에는 '저 놈이 네 단잠을 깨웠으니 대가리를 깨면 된단다' 로 들림. 네 사형! 하고 힘차게 대답하는 청명이의 뒤로...... 검은 아우라가 보여서 불안한 청문과..... 눈치채지 못하고 걱정스럽기만 한 장로들과.....

 

 결과는? 상대 문파 삼대제자 중 제일 실력 좋은 애(진짜 양심없는 문파였음)를 일격에 뚝배기를 깨고 재미 없다면서 다시 청문 등짝으로 올라감. 히잉 사형 나 더 잘래요...... 으응..... 그래라..... 우리 청명이는 천재구나...... 

 

 

 

 

 

2. 청명이의 세상은 화산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아주 어릴 적에는 문파 담장 안이 전부였고(위험하니까 못나가게 함), 좀 커서는 사형들이 손 잡고 내려간 화음현정도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청명이가 처음 만난 속세였겠지

 

 그리고 화음 사람들은 화산 덕분에 먹고사는거라(애초에 화음현 자체가 화산이 가진 사업체들이 주가 되어서 생긴 마을이라는 설정을 본.... 건지 내 뇌피셜인지 구별이 안되네 ㅁㄴㅇㄹ) 화산 사람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을거고, 그런 화산의 도복을 입고 있는 어린아이는 엄청 이쁨받았을거라 생각함. 그 나이의 청명이는 무슨 일을 해도 어른들한테 칭찬받을 시기고..... 그래서 청명이의 어린 시절은 오로지 사랑받은 기억밖에 없지 않았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초 훈련만 하고 있어도 지나가던 장로님이 머리 쓰다듬어주고, 사형 사형 하고 귀찮게 따라다녀도 귀엽다고 오냐- 관심받고, 화음현에 내려가면 사람들이 귀엽다고 당과 하나 쥐여주지 못해서 안달이라...... 청명이 본 세상, 그러니까 화산과 화음현까지의 속세는 '선량하고 아름답다'라는 베이스가 깔려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더 사파니 마교니 하는 것들을 용서 못할듯. 그런 아름답고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혀서 이득을 취하는 것들이니까. 처음 사파놈들이 양민들 괴롭히는거 보고 눈돌아가서 진짜 죽기 직전까지 패는걸 청문이 겨우겨우 말려놓고 왜 그러냐고 다그치는데, 처음으로 접한 '선량하지 못한 사람' 때문에 세상이 더러워진 것 같아 화가 나다 못해 눈물만 뚝뚝 흘리는거 보고 싶음.

 

 그 뒤로 속세에 실망해서(=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아서) 강호행 잘 안하게 되는 청명이...... 사형제들은 쟤가 나갔으면 삼대검수가 아니라 천하제일인 따고도 남았을거라고 아쉬워하는데, 청명이는 다시 그런 곳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서 대충 말 돌리는 그런거

 

 

 

 

3. 자신을 거둬준 장문인과 장로들이 등선할 때, 과연 청명이는 어땠을까

 

 청문이 거의 업어 키우다시피 해서 아버지처럼 따랐다고는 해도, 그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청명이를 돌본 것은 청명이의 윗대 사람들이고, 특히나 자신을 화산에 데리고 와 준 장문인에게는 쉽사리 말하지 못할 애정이 있지 않았을까

 

 사실 자기들이 거둔 아이가 거리두고 청문에게만 들러붙는거 보고 아쉬워하던 장로진...... 근데 바쁘기도 바빠서 신경 못써준 것에 미안해하기도 하고..... 처음 가르쳐야 하는 말이 엄마 아빠가 아니라 장문인 장로님 사숙인 것도 안타깝고...... 그래서 사형제들 생기고 꺄르륵 뛰어다니는걸 보면서 그래도 안심할 수 있겠다 등선 준비 하는....

 

 당대 장문인이 돌아가실 때 청명이가 보고 싶다면서 아직 어린 아이 불러왔는데, 장문인은 청명이에게 물어봄. 청명아. 화산은 네게 행복한 곳이더냐. 고개 끄덕이던 청명이.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고 말하고, 장문인은 기운 없는 고개를 돌려 청명이를 바라보는데.....

 

 아버지라고 불러봐도 되나요?

 

 네가 그리 말하는걸 보니,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한껏 웃으며 청명이를 끌어안고서 기어이 등선하는 장문인. 고집 세서 남 앞에서는 잘 안울던 청명이가 처음으로 상실감을 느낀 날이 아니었을까

 

 

 

 

4. 화음 사람들은 매화검존을 어린아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장로님들~사숙들~사형제들 등짝에 업혀서+손 잡고 화음에 내려와 밥을 먹으면 맨날 곱게 갈린 죽..... 이유식....? 어린 아이들이 먹는 음식으로 나옴. 아주 어릴 적부터 같은 식당으로 가는데, 얼굴 비치다 보니까 아이고 꼬마 도사님 오셨어요? 하면서 내주던 것이 식당 주인에게 학습이 되어(???) 화산의 어린 도사님이 오셨대! 하면 일단 그 이유식부터 만들어서 내줌. 그 아이, 처음 왔을 때로부터 30년 지난거 기억 못함(??????) 심지어 대물림으로 식당 하는데 그 자식들도 어릴 때부터 청명이 보고 지냈더니 매화검존=화산의 어린 도사님=이유식 내와 << 상태.....

 

 근데 청명이도 그거 학습돼서 그냥 먹음(?) 딴데 가면 아아아아니 눈이 옹이구멍도 아니고 뭔 이빨 없는 애들이나 먹는 죽을 줘?? 하면서 난리칠거 그 가게에서만은 조용히 그냥 먹고 감. 배 안차는거 뻔히 아는데도 그냥 화음 갈 일 있으면 꼭 하나씩 먹고 감. 물론 그 죽이 엄청 맛있어서 그런건 딱히 아니고, 자길 이뻐해주는 사람들을 기억하기 때문에 잘 지내는지 보러 가는거

 

 현화산으로 넘어온 청명이, 화음 내려갔다가 여전히 그 자리에 그 이름으로 식당이 열려있는걸 보고 들어감. 같이 일 보고 왔던 화산오검도 식사 하고 올라가자면서 왔는데, 일선에서 물러난 아주 늙은 어르신이 그걸 보고는 주방으로 가서 이유식을 만들어다 청명이 앞에 줌. 조걸은 배 찢어져라 웃고(아이고 ㅋㅋㅋㅋㅋ 우리 사제, 얼마나 어렸으면 이유식을 먹냐 ㅋㅋㅋㅋㅋㅋ) 나머지는 아무리 그래도 어르신인데 대가리 깨면 곤란하니까 언제든지 막아설 준비 하는데, 청명이는 의외로 숟가락 들고 먹기 시작함. 애들 먹으라고 만든거니까 양이 되면 얼마나 되겠음. 5술 뜨고 다 먹은 청명이, 휘적휘적 일어나서 어르신에게 인사 함.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또 와요, 화산의 꼬마 도사님. 그리고 먼저 올라간다며 가버리는 청명이를 뒤에서 의아하게 바라보는 오검들.....

 

 

 

5. 사실은 만난 적 있어요

 

 청명이 본인도 기억 잘 안나는, 한 3살 무렵에 화산에서 길 잃은 청명이. 사숙들이 꽃구경 가자면서 데리고 나왔는데 매화가 너무 만개한데다가 청명이가 하도 활발해서 잠깐 눈 뗐더니 쏙 사라져버림.

 

 청명이는 처음엔 매화 많다고 꺄륵꺄륵 하면서 잘 놀았는데, 사숙들 목소리가 안들려서 뒤 돌아보니까 앞도 뒤도 옆도 죄다 매화..... 사수우우욱! 소리 질러도 돌아오는 대답 없고..... 덜컥 겁나서 허겁지겁 왔던 길 돌아가는데 자꾸 모르는 길만 나오고...... 결국 다리 아파서 매화 하나에 기대 앉고는 엉엉 울어버리는 청명이

 

 이렇게 울면 사숙이건 장로들이건 후다닥 달려와서 안아주고 달래줬는데 그런것도 없으니 더 서러워서 울다가 체력까지 방전됨. 곧 해도 지게 생겼는데 배도 고프고..... 그렇게 잠깐 잠들었는데 둥실둥실한 기분에 깜빡 눈을 뜨니 자기가 누군가한테 안겨있는걸 깨달음. 웅? 누구? 내가 모르는 화산 사람인가? 하고 보는데 얼굴이 좀 익숙함.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어디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서 멀뚱멀뚱 보고 있으니까 청명이 깬 것을 알아챘는지 등을 쓸어줌. 좀 더 자거라. 네 그 작은 걸음으로 매화를 따라 이 먼 곳까지 왔구나. 아직 네겐 남은 시간이 많이 있으니 이렇게나 빨리 올 필요는 없었거늘. 네 집까지 갈 길이 좀 머니, 쉬어 두려무나.

 

 지친 몸에 편안한 잠자리(?)가 제공되니 금방 다시 잠들어버린 청명이. 눈을 떠보니 자기 방에서 자고 있었고, 문 밖에서 사숙들이 청명이 잃어버렸다고 울면서 장로들한테 사죄하는 소리를 듣고는 눈 비비면서 나옴. 청명아! 어디 있었느냐! 무사히 돌아왔으니 됐다! 다들 청명이 끌어안고 잃어버려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어찌 돌아왔냐고 물어보니 그냥 그대로 대답함. 매화 따라서 가다 보니 매화만 가득한 곳에 갇혔는데(청명이는 갇혔다고 생각했음) 잠깐 자고 일어났더니 누군가가 자길 데리고 왔다고. 그냥 눈 떠보니 방 안이었다고 설명하는데 다들 이해는 잘 안가지만(애가 꿈꿨나 싶었음) 아무튼 무사하니 감사합니다 원시천존이시여! 하고 안심함

 

 사조님들과 원시천존께 인사 드리자며 청명이 손 잡고 조사전에 들어가는데 청명이, 갑자기 손 번쩍 들면서 그림 하나를 가리킴. 이 아저씨다! 이 아저씨가 나 데리고 왔어!

 

 그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건, 진짜 원시천존의 초상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