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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Reilu_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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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28. 21:26 화산귀환

* 아니나 다를까 청명이 부둥부둥 하는 이야기

 

 

1. 원래 청명이의 매화는 백매화였다

 

 전쟁이 심해질수록, 사형제를 지키지 못하고 제 주변인이 죽어가는걸 지켜보면서 점점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그래서 결국 천마를 벨 때에는 백매화가 아닌 홍매화를 피워낸 청명이

 

 그걸 보면서 청문은 너무 안타까워했지만 살기가 담겨 더 실용적으로 변해버린 매화에 왜 좋아하지 않으시지? 하고 의문만 품는 청명이. 사제들 더 잘 지키고, 빌어처먹을 마교놈들 더 잘 죽일 수 있으면 좋은거 아닌가? 이미 살인을 저지른 이상 한명이든 천명이든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데 청문은 자꾸 청명이가 조금은 덜 죽였으면 하는 바람에.....

 

 아무튼 현화산으로 날아와서, 다른 애들 가르치는데 문득 유이설이 의문 가지고 물어보는거지. 다른 화산 제자, 백매화. 너는 홍매화. 왜? 와, 그걸 봤네. 청명이, 당연히 애들 가르칠 땐 살기 없이 기본 화산 검술인 백매화 피워냈는데 사파같은 애들이랑 생사결 치를 땐 그 안에 문득 섞인 홍매화 한두송이 있는 거. 청명이는 잠시 고민함. 사고의 매화는 아직 피를 먹이지 않아서 그래.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홍매화도 결국은 매화. 사고는 그냥 사고만의 매화를 찾으면 돼.

 

 굳이 살기 섞인 검까지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 대충 넘기긴 했지만, 난세가 계속되고 전쟁이 터지면 결국 자연스럽게 알거라 생각해서 더 말해주지 않음. 다른 애들은 모르겠는데, 내 안의 화산 오검은 유이설이 제일 먼저 청명의 홍매화를 피워낼거고, 윤종은 끝끝내 피워내지 못할 것 같다.

 

 

 

 

2. 여기서 더 이어지는 썰로, 언젠가 등선했을 때 화산의 죄악을 감당하는 신선이 되어버린 청명이.

 

 원래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 지옥으로 떨어져야 했는데, 그 때문에 구해진 사람들도 많으니 언젠가 저가 죽인 목숨의 무게와 저가 살린 삶의 무게가 역전을 이루고 한치 흠도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될 때 진정한 신선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는....... 그래서 그 죗값을 덜어내는 형벌로 화산파가 저지른 죄악...... 아무리 의와 협이라도 결국 전쟁 때 어쩔 수 없었던 살인과 같은 죗값을 청명이 혼자 감당해야만 함. 그래서 다른 화산 사람들 모인 곳이 아니라 좀 떨어진 봉우리에 혼자 지내는데, 그 곳의 매화는 모두 홍매화임. 홍매화가 모두 백매화로 바뀌어야만 청명과 화산의 죄악이 용서받은거라는 뜻으로.....

 

 이 썰에서 말하는 선계는 막 죽고 나서만 갈 수 있는 곳은 아님. 설화마냥 길 잃은 나무꾼이 실수로 발을 들일 수도 있으면서 마음먹고 찾아다녀도 코빼기도 안보일 수 있는.....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완전히 단절된 곳은 아니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화산에서는 장로급 이상 사람들이 약간이나마 힌트를 알고 있음. 만개한 매화를 따라가다 보면 나온다 << 이런 식. 그런데 이제 종남이 빚을 뒤집어씌우고 화산이 휘청휘청하니까 현종이 너무 간절한 마음에 매화 다 진 여름철에 땀 흘려가며 화산을 헤집고 다니다가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눈 앞에 혼자 봄철마냥 화려하게 피어있는 매화나무를 발견함. 그 뒤를 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빛나는 백매화가 또 한그루. 그렇게 멍하니 나무를 따라가다보니, 웅장한 전각과 산 전체가 매화로 가득한 곳이 나옴. 찾았다. 하면서 덜덜 떠는 손으로 '대화산파'라고 쓰인 대문을 두드림

 

 안에서 나온 청문은 마치 현종이 올 줄 알았다는 듯 다과를 내주고 조언을 해줌. 장문인 금고를 여는 방법, 화음현 사업체들 중 화산 소유인 것들 등등. 하지만 당장 그 금고를 열 수 있을 정도로 무학을 가진 자가 없었고, 청문은 잠시 고민하다가 청진을 부름. 13대 제자이자 정마대전 당시 무각주로 있었던, 화산의 무학을 제일 잘 이해하는 사람이니 데리고 가라고. 그런데 그 요청을, 청진 본인이 거절해버림. 장문사형. 차라리 청명 사형을 보내시죠.

 

 청문은 안된다고 화를 냄. 그도 그럴게, 백 년이 꼬박 지나서야 청명이가 있는 봉우리에 가득한 홍매화 중 꼭 세 송이만 백매화로 바뀌었음. 지금 청명이는 자중하고 저들의 몫까지 떠안은 죗값을 모두 치러내야만 하는데, 어찌 또다시 속세로 내려보내 또 죄악을 지게 만들 셈이냐고. 하지만 청진은 단호하게 자신으로는 안된다고 잘라 말함.

 

 아시지 않습니까, 장문사형. 그 때 우리는 의와 협을 외치면서 뜻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예. 잘 먹힌 적도 있었지요. 제가 낸 계책이 꼭 맞아 들어갈 때도 있었고, 장문사형이 포섭한 이들이 제 역할을 잘 해준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사형. 그렇지 않았던 적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 사형의 지시에 반발해 혼자 날뛰려던 문파를, 제 계책을 간파하고 허를 찌른 마교들을 해결했던 것이 누구인지도,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저희 중 누구도 못할 일입니다. 앞으로 다시 비상할 화산을 지켜내려면 힘이 필요합니다. 네. 문파가 힘을 키울 때까지 홀로 문파를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찌 속세로 가는 것이 또다른 죄악을 쌓는 길만 있겠습니까. 청명이 또 다시 속세에서 선업을 쌓으면 죗값이 줄어들 것이라 설득하고 나서야, 청문은 한숨을 내쉬면서 일리 있음을 인정함. 그리고는 현종에게 신신당부함. 지금부터 만나러 갈 사람은 흔한 상식이 통용되지 않고 고강하여 함부로 붙잡을 수도 없을 인물이라고. 남들과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너무나도 달라 제 멋대로 행동하고 일을 벌려둘 때가 많아 한숨을 쉴 날이 많을거라고. 그에 현종은 이렇게 물어봄. 그 분은 이유 없이 사람을 해하는 분이십니까? 입으로 선을 외치며 악을 행하는 분이십니까? 화산을 화산이 아니게 만드실 분이십니까? 청문은 말함. 그 무엇도 아니라고. 그럼 되지 않았습니까.

 

 청문은 현종을 데리고 더 안쪽의 봉우리로 향함. 여전히 매화는 만개했는데, 점차 색이 분홍빛을 띄더니 눈 앞에 검은 암벽과 그를 새빨갛게 수놓은 홍매화가 가득 들어옴. 그 산의 정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사람이 있었고, 청문은 조용히 그를 부름. 청명아.

 

 장문사형이 여긴 무슨 일이오? 돌아가쇼. 물듭니다. 남들 다 입고 있는 백색 장포는 어디에 두고 검고 낡은 도복에 다 헤진 녹색 머리끈을 휘날리던 그는 다 쉰 목소리로 말함. 청문은 여전히 앉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는 등을 보고는 말함. 청명아. 속세로 내려가보아야겠다. 그 말을 듣자마자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찬 청명은 뒤를 돌아보는데, 현종은 그 모습에 순간 숨을 들이킴. 청명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 눈에서는 핏줄기가 턱을 타고 뚝뚝 떨어지고 있었음. 그에 대비되게 얼굴은 창백한데 드문드문 검은 실핏줄이 올라와있고, 입가에는 차마 삼키지 못한 검은 피가 타액과 뒤섞여 흘러 나오고 있었음. 화산의 죄악을 짊어지는 일이고, 그 무게가 고통이 되어 몸 속을 갉아먹고 있었으니......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한데도 청문을 비롯한 사형제들이 걱정할까봐 태연하게 말하는 청명의 모습에 청문은 속이 타들어가지만 자기가 내색하면 청명이 더 괴로워할까봐 담담하게 말을 이어감.

 

 ...... 종남 놈들이겠지. 이런 틈을 타서 화산을 완전히 중원에서 없애려는 모양인가 보오. 하. 그 떄 우리가 지켜낸 천하에는 그들의 선조 또한 있었거늘. 이것 또한 내 죗값입니까, 장문사형.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친 청문은 청명에게 선택권을 줌. 아무리 그래도 속세에서 죄악을 쌓지 않고 선업만 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그렇게 죄악이 늘어나면 청명이 견뎌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날테니. 네가 정 싫다면 청진이나 내가 직접 가마. 하지만 청명은 고개를 내저음. 사형. 천년이든 이천년이든, 평범한 인간이 겪기에는 지나치게 긴 시간임엔 똑같소이다. 어차피 제가 짊어진 것은 저 혼자가 아닌 화산 전체의 죄악. 사형이 내려가서 일을 벌이든 제가 직접 일을 치든, 결국엔 제가 떠맡게 되겠지요. 그리고 다른 사형제들이 저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게 뻔하니, 차라리 제가 직접 가겠소이다.

 

 그렇게 비틀거리는 청명은 현종을 따라 속세의 화산으로 내려오게 됨. 선계 화산 산문 앞에서 사형제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말을 받아주고, 청문은 무사히 돌아오라며 새 무복과 매화 가지 모양의 비녀를 꺼내주고, 손수 머리를 묶어줌. 선계에 한번 오른 자가 속세로 내려가기 위해선 원래 쌓았던 무위를 어느정도 내려놓고 가야 하는데, 청명은 죗값을 치르는 입장인 것까지 겹쳐져서 무위는 물론이고 제 원래 몸도 가져가지 못해 15살 전후의 모습으로 내려가게 됨.

 

 그곳에서 처음에는 백매화를 가르치지만 그렇게 종종 홍매화가 튀어나오던 것을 지켜본 유이설이 1번 썰마냥 물어본거고...... 청명은 괜히 지금 어린애들한테 부담 주지 말라고 현종 및 장로 애들에게만 정체 밝혀두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함. 그래서 다른 제자들은 청명이를 현종이 어디선가 데려온 삼대 제자로 인식함. 그런데 이상하게 장로급이 정중하게 대하는 그런....

 

 아무튼 청명이 화산을 되살리고 중원과 구파에서 사라져가는 의와 협을 되살릴 때마다 선계의 홍매화산은 점차 백매화로 변해가다가도 사파놈들 족치고 마교 목 베면 또 붉게 변하는..... 속세로 내려간 청명이 눈에 그런 매화가 깃들어서 죄악이 쌓이면 붉어지고 선행을 배풀면 색이 연해진다던가..... 청문은 청명이를 내려보낸 이후 청명이 있던 산 정상에서 그걸 지켜보면서 청명이 제발 무사히 돌아와주기만 바라는 그런 이야기

 

 

 

 

 

 3. 어느날 창고 정리하다 거의 200년 전 물건이 나와버렸다

 

 근데 정작 발견한 애들은 이게 뭔지 모름. 그도 그럴게, 아무리 봐도 그냥 애기 옷이랑 꼬까신이거든. 신발에 방울이 달려서 조금만 움직여도 딸랑딸랑 거리고, 애 업을 때 쓰는 포대기랑 작은 솜이불이랑...... 일단 뭔지 모르겠으니까 현영한테 물어보려고 움직이는데 뒤에서 청명이 뚱하게 보다가 피식 웃어버림. 이게 아직도 있었네.

 

 애들 다 놀라서 이게 뭔지 아냐고 물어보는데, 청명이 말함. 음..... 매화검존이 어릴 떄 입었던 옷?

 

 맞음. 청명이 완전 애기때(1~3살 전후) 입었던 옷들임. 뭐 보통 양민이야 물려입는다지만 당대 화산에게 물려입는다는 개념이 어디 있겠음. 괜히 까슬한거 입혔다가 피부 쓸리면 아프다고 제일 좋은 비단 덧대고 애기 이쁘다고 문양도 수놓고...... 하루는 청명이랑 숨바꼭질하다가 청명이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그 이후로는 신발에 방울 달아주고 그랬지. 근데 이걸 장문사형은 왜 안버리고 보관을 해놨지? 싶어서 보는데, 물건들 들어있던 상자 제일 아래에 서책이 하나 나옴. 육아일기.... 가 아니라 그냥 당시 청문이 썼던 일기인데 당시 청명이 키우는게 제일 큰 일이라 청명이 관련된 말이 많음. 오늘은 청명이가 처음으로 뒤집기를 했다부터 시작해 자길 사형이라고 부른 날, 달리다가 넘어진 날 등등.....

 

 물론 청명이에게도 너무 어릴떄 일이라 잘 기억은 안나는데, 괜히 옛날 물건 보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신남. 장로들이 청명이 달랜다고 썼던 딸랑이북, 글씨 연습했던 종이들, 처음 잡았던 장난감 목검, 청문이 묶어줄 때 썼던 머리끈 등.... 그러다가 여전히 서책 넘겨보던 조걸이 마지막 페이지 넘기는 순간 뭔가 있었는데 순식간에 바스라져서 날리는거 보고 기겁함. 허억! 내가 매화검존의 유산을!! 하고 이걸 어쩌면 좋으냐 당황하는데, 대체 그게 뭔지조차 알 수가 없음. 근데 청명이는 그에 대해 그럼.

 

 아, 그거 매화나무 가지야. 200년이나 지났으니 바스라질만 하지. 200년? 매화검존께선 100년 전 사람 아니더냐? 사숙 바보야? 매화검존이 죽을 때가 나이 여든이었는데, 그 매화검존이 어릴 떄 쓰던 물건이니 거진 200년 전 물건이지! ..... 내가 생각이 짧았다. 아무튼, 대체 왜 매화나무 가지가 고이 간직되어 있던거냐?

 

 그 매화나무 가지, 청명이 돌잡이 떄 잡은 물건. 그러니까, 원래는 서책과 동전과 목검을 두고 돌잡이 하려고 했는데, 청명이는 10월이라 앙상한 매화나무에만 손을 뻗어대다가 울어버렸음. 청문이 달래서 슬쩍 들어주니까 꺄륵거리면서 매화나무 가지를 잡았고, 다들 '이 아이는 화산의 아이가 맞구나' 하면서 그냥 웃어 넘기는 그런 날이 있었다고 할까. 청명이는 그걸 가지고 잘 놀았는데, 어느날 여느 장난감이 다 그렇듯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더니 청문이 챙겨서 책 사이에 끼워두었던 것.

 

 청명은 청문이 자기를 이렇게나 생각했었다는 것에 새삼 생각이 많아지는데, 그래서 이걸 어쩔까? 하고 물어오는 제자들에게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함. 어차피 죽은 사람의 물건이고,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닌 그냥 어릴적 물건이니까. 그 와중에 백천은 대체 왜 너는 그리도 잘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 등이 외로워보여서 차마 말 못하는.....

 

 

 

 4. 당보는 방 안에 작은 매화 묘목 화분을 키웠다

 

 화산에 새 제자가 들어오면 화산에 매화나무를 하나씩 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자. 작은 묘목 하나 심어두고, 매화와 함께 커가면서 그 순환을 닮아가라는 의미에서 내 나무 이런 느낌으로. 청명이는 당대 장문인이 제일 작은 묘목을 하나 심어주었고, 매화검존의 칭호를 땄을 때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있었겠지.

 

 그리고 당보가 처음으로 청명이 초대해서 화산에 발을 들였을 때, 만개한 화산 풍경에 감탄하는데 청명이 그 이야기를 해줌. 저 나무 하나에 화산 제자 하나씩이라고. 그에 당보는 도사 형님 나무도 있소? 하고 물었고, 청명이는 듬직하게 자란 자기 나무를 보여줌. 왜인지는 모르지만 주인을 닮았는지, 주변의 다른 매화들보다 매년 제일 빠르게 피고 제일 늦게 지더라고. 그걸 한참이나 바라보던 당보, 갑자기 청명에게 말함. 도사형님. 내 부탁 하나만 합시다. 매실주 하나 담가보고 싶은데, 형님 나무에서 매실 몇 개만 따주면 안되겠소?

 

 이게 미쳤나. 검집으로 머리 콩콩 떄리는데 당보, 물러서지 않고 잉잉 몇 개만요 매화는 내년에도 필거고 매실도 내년에도 열릴거잖아요. 에휴 그래. 우리가 매화 보자고 하는거지 뭐. 매실은 따면 금방 상하는거 알지? 하면서 항아리 한가득 따다 줌. 당보는 고맙다고 고개 꾸벅꾸벅 하고는 상하기 전에 돌아간다고 후다닥 사천으로 돌아가서는

 

 매실을 고대로 땅에 심었음

 

 물론 씨앗에서부터 나무로 크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하루는 방계쪽 아해가 키우는 강아지가 잡초인줄 알고 뜯어먹었고 어느 날은 실험하던 독이 잘못 튀어서 녹아버렸고...... 그렇게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단 하나만 겨우겨우 나무의 형태를 갖춤. 근데 이거 그대로 두면 또 갑자기 사고나서 나무 죽을까봐 조심조심 화분으로 옮겨서 자기 방에 가져다둠. 그리고는 도사 형님 못만날 때, 그걸 형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극정성으로 가꿨는데....... 전쟁 나고 급하게 사천을 떠나야 할 때, 화분은 짐만 되니까 챙겨오질 못함. 그리고 죽기 전에야 청명에게 그 사실을 고백함. 도사 형님. 내 화산에 처음 갔을 때 형님 나무에서 매실을 좀 얻어오지 않았소. 내 차마 그걸 먹지 못하고 땅에 심어 길렀는데, 피난 올 때 챙기질 못했소이다. 미안하오, 형님. 내 형님이라 생각하고 길렀소만, 미처 챙기질 못해서.....

 

 매화가 매화지, 그게 어찌 내 대신이더냐, 이 미련한 놈아. 결국 그렇게 당보는 죽고, 청명도 머리에서 그 일을 지운 채 천마의 목을 베고 동귀어진-부활 루트를 타고서 당가와 천우맹을 만들고.....

 

 그러다가 어느날 당가 마당에 딱 한그루, 거대하게 자란 매화나무를 발견함. 당군악은 마교 전쟁때도 살아남은 매화라고 자랑하는데..... 청명은 보자마자 깨달았겠지. 당보야. 네가 준 그 애정, 헛되지 않았나 보다.

posted by 이드(Reilu_L)